제로코로나 이후 급감한 중국 중산층, ‘부동산 침체’에 4억 명 지지선도 무너질 판
2020년 5억 명 웃돌던 中 중산층, 코로나 이후 전체 인구 30% 그쳐 현지 관영매체도 이례적으로 중산층 감소 위험성 지적 주택 가격 하락에 허리띠 졸라매는 중산층, 경제 위기 가속할 우려
2020년 5억 명에 육박하던 중국의 중산층이 4억 명 밑으로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제로코로나 정책 등 경제적 충격에 따라 소득이 줄고 고용 불안이 심화한 영향이다. 여기에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중국의 경제 구조상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도 중산층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산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시진핑 정권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단 분석도 함께 나온다.
중국 중산층, 졸지에 ‘저소득층’으로 내몰릴 위기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금융 미디어 회사인 우샤오보채널이 발표한 ‘2023년 신중산층 백서’를 인용해 대다수의 중국 중산층 가정의 소득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백서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의 11.4%가 전년 대비 소득이 3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28.9%는 10~30%가량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반면 소득이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은 24.8%로, 2021년(55%)에 비해 크게 줄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연간 수입 10만∼50만 위안(약 1,850만∼9,270만원)의 3인 가구를 중국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그룹에 속하는 인구는 약 4억 명, 1억4,000만 가구로 전체 인구(14억 명)의 약 30%가 넘는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약 2억4,700만 명이었던 2010년대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억4,000만 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제로코로나 정책 등 경제적 충격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향후 4억 명 지지선이 깨질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중산층의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왕이밍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은 중국 CCTV와 인터뷰에서 “중산층 임금 기준을 간신히 넘긴 중산층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소득과 직업에 영향을 끼칠 팬데믹 같은 경기 침체에 취약한 계층”이라며 “이들이 저축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와중에도 자녀 교육, 의료비, 가족 내 노인 돌봄 등의 부담을 져야 한다. 이 때문에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중산층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 경제일보도 이달 논평 통해 이례적으로 중간 소득층 감소의 위험성과 육성을 위한 필요성을 지적했다. 경제일보는 “고용 불안에 직면한 일부 중산층들이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질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경제 성장 및 사회 안정, 외부 도전 등의 목표에서 매우 중요한 계층인 중산층을 신경 써야 한다”고 짚었다.
경기 침체 위기 넘어 정권 위기론까지
중국 중산층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론 단연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꼽힌다. 현재 부동산 연관 산업을 포함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에 달하며, 여기에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이른다. 사실상 부동산 침체가 국가 경제와 중산층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전국 70개 주요 도시 가운데 67개 도시에서 기축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대도시의 기존 주택 가격이 1.0~1.5% 하락하면서 매물 적체 및 거래절벽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주택 가격의 내림세는 도통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둔화가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의 성장률 악화는 물론, 현 정권의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그간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들이 맺은 암묵적인 사회계약이 경제 호황 아래 순조롭게 굴러왔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실업률 상승 및 주요 기업 주가 하락 등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이같은 사회계약에 균열이 생길 거란 지적이다. 황야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로안스쿨(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진핑이 중국을 번영하게 한 사회계약을 깼다(Xi Broke the Social Contract That Helped China Prosper)’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부동산 시장 급락, 청년실업률 급등 등의 현상의 심화는 기존 중국의 개발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일정 부분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중국 사회계약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대학 국제정치학과 관계자도 “중국공산당은 부동산 경제를 만악의 근원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정을 이어왔지만 사태는 더 심화됐고, 그동안의 시진핑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엎는 사실상 혁명에 가까운 대변신을 해야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문제로 남았다”며 “그러나 혁명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무오류의 신화’를 고집해 온 중국공산당이 택할 수 없는 길이기에 결국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정권 붕괴를 주도하는 흐름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