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지지율 여전히 최저, 파벌 해산 승부수에도 여론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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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집권 여당 '자민당' 파벌 3곳 해산 결단, 파벌정치 막내리나
해산 발표에도 "못믿겠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최저 수준
반복돼 온 부패 스캔들과 파벌 부활, 제도적 쇄신 없인 척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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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타임지 캡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신이 이끌던 파벌인 ‘기시다파’를 해산하겠다고 공표했음에도 내각 지지율은 최저 수준에서 반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민당 주요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6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의 ‘파벌정치’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새로운 시스템 도입 없이는 부패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민당 주요 파벌 해산 선언에도 지지율 ‘바닥’

앞서 도쿄지검은 아베파와 니카이파, 기시다파가 약 3,000만 엔(약 2억7,000만원)에 달하는 정치자금 모금 수익금을 수지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들에게 돌려준 혐의로 전 회계책임자들을 약식기소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9일 기시다 총리는 기시다파 ‘고치(宏池) 정책연구회(고치카이)’를 해산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날 니카이파와 아베파도 해산을 결정했다.

1955년 창당 이후 자민당 내 정책 집단이자 ‘당 내부의 당’으로 기능해 온 거대 파벌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소속 의원 수 각각 2위와 3위인 아소파(56명)와 모테기파(53명)를 비롯해 소수 파벌인 모리야마파(8명)가 아직 남아있지만, 자민당 전체 의원 374명 중 70%는 무파벌 의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자민당의 이같은 파벌 해체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이 지난 20~21일 1,179명(이하 유효 응답자 기준)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과 같은 23%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의 조사 결과도 유사했다. 요미우리신문이 19~21일 1.0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각 지지율은 전달에 비해 오히려 1%포인트 떨어진 24%로 집계됐다. 두 매체의 이같은 조사 결과는 자민당이 2012년 재집권한 이후 지지율 최저치와 동률이다. 일본에서는 지지율 20%대를 정권이 퇴진으로 내몰리는 위기 수준으로 평가한다.

일본의 뿌리 깊은 부패 고리

이번 자민당 비자금 사태는 ‘파티’라 불리는 후원금 모금 행사에서 할당액 이상을 모은 의원들에게 초과분을 돌려줘 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간부를 내각에서 손절하는 정도로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수장으로 있었던 기시다파도 비자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정치 파벌의 부패 스캔들 역사는 길다. 1970년대 일본 권력 실세로 이름을 떨쳤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는 1976년 미국의 군수업체로부터 5억 엔(약 45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른바 ‘록히드 사건’이다. 1988년 일본 최대 정보산업회사 리크루트가 상장하기 직전 정·관계의 유력 인사들에게 계열사 주식을 뿌린 ‘리크루트 사건’은 내각 붕괴를 불러왔다. 자민당 창당 이래부터 이어졌던 독주 체제가 무너진 것도, 중대선거구제가 폐지되고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민당은 리크루트 사건 당시에도 파벌 해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책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이 하나둘 재결성되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의 파벌로 부활한 전례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파벌 해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그동안 파벌 해산과 부활을 거듭해 왔다는 점에서 파벌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재 선거 방식이나 후원금 제도 등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해산된 파벌이 부활한 역사가 다시금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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