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규제’ 타진하는 정부, 플랫폼법 ‘과잉 규제’ 논란 넘어서려면
택시 플랫폼 등 규제 강화, '알고리즘' 접근 권한까지 받아가나 힘 잃는 카카오모빌리티,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 '사장'될 수도 소비자 선호도 고려 않는 플랫폼법, "소비자 불편 가중 우려"
정부가 택시 플랫폼에 대한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업계 내 긴장감이 고조됐다. 자칫 ‘허가제’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 ‘인증제’에 더해 플랫폼 사업의 핵심인 알고리즘에 대한 접근 권한까지 정부가 가져가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사실상 택시 플랫폼을 공공부문화 하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정부, 택시 플랫폼 ‘정조준’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플랫폼 택시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강화하고 정부의 개입을 늘리는 방안을 연내 추진한다. 우선 올해 9월까지 플랫폼 택시에 대한 서비스 평가제를 도입하고 연내에 우수 플랫폼 인증제를 도입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인증제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 제도가 사실상의 ‘허가제’로 변질될 경우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업계는 추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 예의주시하겠단 방침이다.
업계에서 가장 주시하고 있는 건 ‘개선명령’이다. 정부는 플랫폼의 불공정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택시 배차, 요금 산정 등에 대한 정부의 개선명령 권한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바라보는 불공정 운영은 택시 배차와 관련된 업체 간의 불공정, 또 수수료율 산정 등과 관련된 플랫폼과 기사 간의 불공정 등으로 나뉜다. 업체 간 불공정 운영은 현재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카카오T의 플랫폼을 다른 가맹택시 기사 등도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앞서 우티 등 경쟁사업자들은 카카오T가 자사 가맹택시에만 배차 콜을 몰아준다며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카카오T와 우티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상황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카카오T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들인 투자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프랜차이즈 빵집이 시간과 돈을 들여 전국에 지점을 만들어놨는데 B사에서 자신들의 빵도 A가맹점에서 팔아달라고 하는 격”이라며 “이런 식의 자사 우선주의를 불공정 운영이라고 본다면 사기업들의 비즈니스 대부분은 성립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요금 산정에 대한 개선명령 권한은 플랫폼과 택시기사단체의 갈등에 대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단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 경우 요금 산정의 핵심인 알고리즘에 정부가 접근할 권한이 부여될 수 있어 업계 내 불안감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에 대한 접근을 정부가 요구할 경우 기업비밀 침해 논란이 생겨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외서도 발목 잡힌 카카오모빌리티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는 과정에서도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를 추진했으나, EU(유럽연합)가 ‘플랫폼 근로 여건 개선 지침’을 발표하면서 고심이 깊어졌다. EU 플랫폼 근로 여건 개선 지침은 총 5개 조건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면 플랫폼 기업을 고용주로 간주하는 지침으로 △플랫폼 수수료 등 급여에 대한 상한선 존재 여부 △업무 감독 △근무 시간 관리 △일감 분배 통제 △복장이나 특정 행동 규율 여부 등이다. 플랫폼 종사자가 피고용인으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유급휴가, 실업수당 등 근로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침은 기업이 플랫폼 종사자들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게 하고 플랫폼 종사자 간 사적 대화나 개인정보 등 수집도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지침이 공식 발효되면 EU 회원국들은 2년 안에 국내법에 이 지침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프리나우 등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 책임 부담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리나우를 인수함과 동시에 이와 관련한 책임이 오롯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향후 늘어 날 비용 부담까지 떠안고 프리나우를 인수하는 게 맞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다양한 각도의 규제를 한 몸에 받으며 부진을 못 면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 기업 인수 길까지 가로막히면서 점차 동력을 잃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플랫폼법 수면 위로, “‘교각살우’는 피해야”
더욱이 택시 플랫폼 등을 규제하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까지 이미 완성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가진 소수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배적 사업자’로 선정한다. 지배적 사업자는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타 플랫폼 이용 제한)‧최혜대우 요구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반칙 행위’가 금지된다. 단, 반칙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즉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거나 효용이 폐해를 상회하는 경우 등을 사업자가 직접 입증하면 규율 대상에서 제외한다.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매출액, 점유율, 이용자 수 등 정량적 기준일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공정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플랫폼의 시장 독점이 신속하게 이뤄져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적시에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만큼 공정거래법 집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일관적인 주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플랫폼법 도입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사전규제 폐해 △플랫폼 시장 위축 △국내 기업 역차별 △소비자 효용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한 선수만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셈”이라며 “스타트업이 규제 기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으려 하면서 사전규제의 시장 위축 효과가 강력히 발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새벽배송 등 편리한 서비스는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인 것”이라며 시장지배적 기업은 결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업임을 강조했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시장을 선점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수적 요인이 없었던 건 아니나,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의 택시 시장에서 보기 힘들던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문제는 플랫폼법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금도 카카오모빌리티는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국내 시장에서 택시 플랫폼은 사실상 ‘사장’될 가능성도 있다. 최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실패가 확정되면 이와 비슷한 해외 플랫폼이 국내에 진출하는 것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소의 뿔을 고치기 위해 소를 죽여선 안 된다. 과잉 수수료 등 규제해야 할 지점은 규제하되 ‘과잉 규제’로 넘어가 일반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하는 결과는 초래하지 말아야 한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