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살’ 경인선 지하화 급물살, 서울 도심 경관 달라질까
정부 ‘교통 분야 3대 혁신전략’ 발표
경인·경부·경원선 지하화 유력
지상 공간 개발해 주택 공급·랜드마크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노선인 경인선을 비롯한 전국 6대 특·광역시 철도 노선이 지하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 국회에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법)’이 가결된 데 따른 것으로, 정부는 오는 3월 종합계획 수립 작업을 시작해 올해 안에 선도 사업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교통체증 해소 및 주거환경 개선 기대
지상을 가로지르는 철도 노선과 광역 도로는 그간 도시 미관을 해치고 소음, 진동, 분진 등을 발생시켜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정부는 25일 ‘교통 분야 3대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철도·도로 지하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상에 흩어진 철도와 도로 일부를 지하화해 상부 공간을 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지하화가 가장 시급한 철도 노선으로는 경인선이 꼽힌다. 서울 구로역과 인천 도원역을 잇는 22.8㎞의 경인선은 1900년에 개통돼 현재 운행되는 국내 철도 노선 중 가장 고령이다. 인근 지역은 난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인선 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용산역을 지나는 경부선과 경원선도 지하화가 유력하다. 이들 지상 철도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초래하고, 인근 주거환경을 침해하는 등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용산구의 경우 국제업무지구 조성, 용산공원 조성 등 총 62개에 달하는 개발사업 및 그에 따른 도시관리계획 재정비가 진행 중이지만, 지상 철도로 인한 공간 단절로 개발사업의 연결성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용산구는 철도지하화법 국회 가결 직후 “120년간 단절됐던 용산이 하나로 통합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국토교통부는 지상에 뻗은 철로를 지하화하고, 기존 철로 등이 있던 지상부는 주변 지역과 연계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지하화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개별화한 사업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같은 철도 지하화 및 지상부 개발이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용역 결과에 따르면 경인선, 경부선, 경의선과 일부 지하철 구간 등 86.4㎞ 구간의 철도를 지하화하는 데는 약 38조원이 소요된다.
곡선으로 도심 전체에 뻗어있는 도로와 달리 철도는 대부분 직선 형태를 이루는 탓에 인근 토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부 역사를 복합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고, 주변 용지의 개발 규제를 완화해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총선 단골 소재에서 특별법 제정으로 신분 상승
철도 지하화 논의는 201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장 최근의 논의는 2021년으로, 당시 용산구는 경부선을 지하화하고 용산역 일대에 111층짜리 랜드마트를 건설하는 등 ‘찾고 싶은 명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서울역-삼각지-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지역의 경관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 내용을 지구단위계획에 담기도 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지역의 향후 10년 개발 계획의 큰 틀을 제시하는 풍향계로, 경부선 지하화 관련 내용이 지구단위계획에 추가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같은 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오세훈 당시 후보도 지상철도 지하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 시장은 당선 후 ‘2040 도시기본계획’에 지하철 2호선 노선 가운데 지상 운행 13개 역 18.91㎞ 구간과 국철 구간 101.2㎞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서울 역세권 주택 공급을 늘리고, 문화‧상업‧비즈니스 특화 공간으로 구성된 입체복합개발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회가 법 제정을 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탓에 3년 가까이 미뤄지던 철도 지하화는 이번 국회 가결과 정부의 교통혁신전략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오 시장은 정부의 발표 직후 “이번에 발표된 교통혁신 대책이 실현되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반기며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계획대로 이행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