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韓-우크라 리튬 파트너십, 유럽 배터리 시장의 대안 될까?
지난해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 등 韓-우크라 파트너십 강화 전쟁 후 국가 재건과 치유의 경험을 나누는 협력국으로 부상 韓, 우크라산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해 중국 의존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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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전쟁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협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다른 대륙에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음에도 침공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은 1950년대 북한의 침공으로 현재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앞서 경험한데다 전쟁 이후 재건과 재개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광물 ‘리튬 개발 파트너십’ 구축해 유럽 배터리 시장 공략
한국와 우크라이나의 동맹에서 양국의 최우선 협력 과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 개발을 위한 협력이 주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측면에서 한국와 우크라이나간의 리튬 파트너십은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최근 2년새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20개 달하는 리튬 광산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전기차에 필수적인 연료전지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 물량의 40%가 유럽에 공급됐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등 유럽 에너지 생태계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전기차·배터리 경쟁의 핵심소재인 리튬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산 리튬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약 50만톤에 달하는 리튬이 매장돼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음으로써 전기차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의 배터리 시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폴란드-서유럽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공급망 구축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리튬 광산 공동개발, 대형 원전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협력을 약속했다. 폴란드는 LG 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이 운영되는 곳으로 여기서 생산된 배터리 대부분이 서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에서 채굴한 리튬을 폴란드에 공급하고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서유럽으로 수출하는 밸류체인이 완성된다면 한국은 유럽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학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수렴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지난해부터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지난해 9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23억 달러(약 3조700억원)의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크라니아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리튬 광산 공동개발 등을 논의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대표단’에는 원희룡 장관을 비롯해 공기업·민간기업 등 기업인 20여명이 동행해 배터리 산업의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우크라이나간 리튬 파트너십의 성과가 양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지난해 9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EU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했던 것처럼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줄이고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국들도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유럽의 에너지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중국은 물론 아시아의 배터리 기업으로부터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리튬에 대한 접근성 높여야
한국이 우크라이나와의 리튬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리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미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수출에 있어 중국산 제품이나 광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 법인을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해 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광물과 핵심소재에 투자해온 한국 기업들이 당장 중국과의 협력을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미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 공급량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소재·광물의 핵심 공급처인 중국을 놓치지 않기 중국과 합작해 국내에 생산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IRA에 대응해왔다. 중국을 견제하는 주요국의 규제가 강화된 2023년에도 포스코, SK온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22년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ineral Security Partnership, MSP)에 참여했다. 해당 협의체에는 현재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4개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잠비아 등이 비회원국으로 참여해 자원소비국과 자원보유국 간 실질적인 협력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참여하는 MSP를 통해 중국산 광물로부터의 자립도륵 높이고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의 광물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중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산 리튬을 확보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이 이러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주요귝의 경제적인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앤서니 린나(Anthony Rinna) 북·중 리서치 그룹 시니어 에디터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outh Korea–Ukraine partnership charged with reenergising Europe’s battery market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