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OTT 요금 인하’ 주문, “스트림플레이션 잡으려다 국내 OTT만 잡을라”
국내외 OTT 플랫폼들, 6개월 새 40% 요금 인상 릴레이 가계 통신비 부담 낮추겠다지만, 해외 OTT 제재 방법 전무 사실상 토종 OTT에만 압박 이어질 수도, 업계 우려 목소리↑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한 정부가 이번에는 OTT 구독 요금 인하 압박에 나선다. 최근 6개월 사이 최대 40% 인상된 구독료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외 업체 간 역차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실, OTT 구독료 인하 방안 주문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OTT 요금 인하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달 사이 급격히 오른 OTT 구독료를 낮출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고 실행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주요 OTT 구독료 실태를 취합하고 인하 요인을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새 넷플릭스, 유튜브, 티빙 등 주요 OTT 플랫폼들은 구독료를 잇따라 인상했다. 인상 폭은 자그마치 20.3~43%에 달한다. 국내 OTT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 9,500원 요금제를 없앴고, 같은 시기 유튜브 역시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 요금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올렸다. 티빙도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구독료를 기존보다 각각 1,600원, 2,600원, 3,500원 인상했다. 이 때문에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3세 이상 5,041명 가운데 86.5%가 OTT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OTT 구독 개수는 2.1개로, 1인당 OTT 구독료는 월 1만2,005원에 달했다. 올해는 OTT 구독료 인상분까지 반영됨에 따라 1인당 관련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는 통신사를 상대로 벌인 통신비 인하 압박 전선을 OTT 분야까지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OTT 업계는 난색, “이번에도 해외 OTT는 제재 벗어날 것”
이에 업계에서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업체들이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해외 기업들의 경우 국내 규제망을 벗어난 사례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종 OTT 플랫폼과 달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는 ‘중도해지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중도해지는 이용자가 신청 시 즉시 계약이 해지되고 이용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급하는 유형으로, 국내 대부분 플랫폼은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정기 결제 서비스에 대해 중도해지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OTT 기업 관계자는 “동일한 제재를 받으면서 경쟁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면서 “구독료마저 국내 업체만 제한받으면 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구독료 인하 압박 역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상 해외 빅테크에 구속력 있는 제재를 할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해외 OTT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도 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스트림플레이션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OTT 서비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파른 구독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순사용자는 지속 증가하고 있어서다. 14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의 순사용자는 2,006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이는 그간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 공언한 정부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통계청 분류상 통신비가 ‘정보통신비’로 전환됨에 따라 OTT 구독료까지 포함된다. 이대로라면 내년 가구당 통신비는 처음으로 14만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구당 통신비는 12만9,969원으로, 정부는 2022년 4분기 가구당 통신비가 역대 최고치인 13만4,917원을 기록한 이후 통신비 인하 압박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