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훈풍 타고 ‘목동 일대 신고가’ 속출, 서울 아파트 시장 회복 신호탄 되나
목동11단지 안전진단 통과, 재건축 가속도
급매물 사라지고 호가는 ‘껑충’
우수한 교통·학군에 사업성도 높아
서울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양천구 목동에서 거래 회복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며 인근 지역의 월 거래 허가량이 1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서울시의 정비사업 활성화 선언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목동4~7단지 ‘황금 매물’에 수요자 관심 급증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목동11단지 아파트가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목동신시가지 내 아파트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에 속도를 내게 됐다. 지난해 13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가운데 마지막까지 사업 추진이 미뤄지던 11단지는 이달 7일 양천구의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됐다. 해당 단지의 한 거주민은 “지난해 다른 단지들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동안 우리만 늦어져 불안했는데, 늦은 만큼 서둘러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을 서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는 가장 먼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6단지는 지난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참여해 정비계획 초안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세부 정비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확정으로, 6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이른 시일 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넣을 계획이다.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몰리며 매물의 호가도 자연스럽게 상향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6단지의 전용면적 95㎡는 지난해 6월 19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후 거래된 사례는 아직 신고된 바 없지만, 해당 면적대 매물의 호가는 최고 24억원까지 치솟았다. 비교적 최근 거래 사례로는 지난해 11월 거래된 전용면적 47㎡로, 당시 13억5,000만원에 거래된 해당 면적대는 최근 15억원 안팎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목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공인중개사는 “신시가지 안에서 가장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이 6단지인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도 가장 뜨겁다”며 “27평(65㎡)이나 35평(95㎡) 같이 수요가 많은 면적대는 물건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많게는 1억원씩 더 얹어서 사겠다는 수요자도 있지만, 6단지 매물이 거의 없어 4단지나 5단지 등 주변 단지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목동 신시가지는 목동종합운동장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4·5·6단지와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맞닿은 7단지가 이른바 ‘황금 매물’로 불린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만큼 현재 목동 일대 매물 호가가 다소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21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에 당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기대 수익을 고려해도 선뜻 매수에 나서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목동 신시가지 내 14개 단지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점도 실거래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조합이 설립되기 전이라 매매가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수요자들은) 사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실거래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동 ‘미니 신도시’ 입성하려는 수요 줄 이어
사업 완료 시점의 불확실성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핸디캡에도 소유주들이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놓는 배경에는 꾸준히 유입되는 대기 수요가 있다. 목동 신시가지는 1980년대 초반 조성돼 층이 낮고 동·단지 간 밀도가 낮아 사업성이 높은 것은 물론, 교통이나 학군 등에서도 매우 유리한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해 거래 절벽에 직면했던 지난해에도 목동과 신정동 등 양천구 내 아파트 거래량은 꾸준히 지속 또는 증가했다는 점 또한 이같은 대기 수요를 자극하는 요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서는 총 66건의 주거용 토지거래가 허가됐다. 이는 전년 동월(17건)과 비교해 약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가 거래도 포착된다. 목동 신시가지 내 가장 큰 면적대인 1단지 전용 154㎡는 지난해 10월 29억원에 새 주인을 만나며 기존 신고가(28억6,000만원)를 뛰어넘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동일 단지·면적의 호가는 29억원~32억원으로, 급매물이 없어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전체 면적 436만8,463㎡에 달하는 목동 신시가지에는 현재 2만6,629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14개 단지의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5만3,000여 가구 미니 신도시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대규모 재건축은 물론 주변 기반시설 정비 등 각종 개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목동 신시가지 일대가 오랜 시간 침체한 서울 아파트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