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쏠림 현상’ 심화에 말라가는 ‘인재 풀’, “정원 확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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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블랙홀에 서울대도 '흔들', 미등록률 50% 넘기도
의대 정원 확대 목소리 '급증', "과도기 감수하더라도 진행해야"
의료계 반발에도 강경한 정부 입장, 의료체계 개편 동력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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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자연 계열 정시모집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인원이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의대에 중복 합격하면서 이탈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의대가 최상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 정원 확대가 필수적이란 목소리가 쏟아지지만, 현세대 의사들 사이에서 적잖은 반발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과도기적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붙고도 줄줄이 ‘포기’한 합격생들, 왜?

종로학원은 21일 서울대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모집 인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의 21.3% 수준이다. 721명을 선발했던 지난해 88명이 이탈했던 것에 비하면 머릿수로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고, 미등록률도 작년(12.2%)보다 10%p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대 자연 계열 학과 중 미등록률이 가장 높은 학과는 약학 계열 일반전형으로 63.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50%가 넘는 미등록률을 기록한 학과는 의류학과 일반전형(58.3%), 간호대학 일반전형(55.6%), 지구과학교육과 일반전형(50.0%), 통계학과 일반전형(50.0%) 등 5개에 달했다. 지난해 미등록률 50% 이상을 기록한 학과가 한 곳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컴퓨터공학부(33.3%) 같은 인기과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빠져나갔다.

서울대 외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도 대기업 계약학과, 컴퓨터과학과 등 자연 계열 상위권 학과를 중심으로 합격자 이탈이 두드러졌다. 연세대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 미등록률은 63.2%로 지난해 47.5%보다 눈에 띄게 늘어 서울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는 자연 계열 미등록률이 지난해 34.6%에서 올해 29.8%로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부터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는 등 입시 전형에 변화가 있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계약학과에서 미등록률이 높아지는 등 큰 틀에서는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대를 포함해 연세대, 고려대까지 총 3개 대학 자연 계열의 미등록 인원은 856명으로 지난해(697명)보다 1.2배 늘었다. 3개 대학의 인문 계열 미등록 인원이 494명으로 작년 553명 대비 오히려 줄었음을 고려하면 차이가 더욱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원가에선 앞으로 상위 3개 대학조차 정시 모집으로 정원을 맞추지 못해 추가 모집을 진행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단 전망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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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19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필수 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립대병원 육성과 의료인력 확충, 인재 양성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피력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정원 확대 논의 ‘급물살’,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자연 계열 이탈률이 높아진 데엔 의대 쏠림 현상의 영향이 크다. 타 학과 대비 의대 선호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 유입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의대 블랙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확대를 시행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단기적으론 자연 계열 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갈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재 배분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입시 전문가는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게 의대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지금 의대를 향한 열망은 인재 배분을 왜곡해 그 결과 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이라면 과도한 쏠림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해당 직종의 매력이 낮아져야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미래 직업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입시”라며 “의사 수가 늘어 기대수익이 줄면 의대 커트라인이 낮아지고, 그 결과 일부 자연 계열 학과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최상위 인재는 자연 계열로 옮겨가게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현재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이 또한 과도기적 단계에 불과하단 강경한 입장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만큼 의료체계 개편의 동력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또한 의료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전공의 사직 등 집단 휴직이 예고되며 수술이 축소되거나,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문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는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내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단 정부 방침을 재차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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