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투자 재차 강화하는 정부, 누적되는 실패 사례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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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산업 성장 견인하는 정부, 세액공제 혜택·투자 확대
"글로벌 시장 실패 쏟아지는데" 무모한 SMR 예산 증대
성공 사례 없는 SMR, 이대로 투자 이어가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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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연구개발(R&D)에 5년간 4조원(약 30억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기조로 인해 침체한 원전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22일 창원 경상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이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개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원전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SMR 개발에 대한 투자를 재차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SMR 개발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누적되고 있다. 

“SMR 개발 서두르자” 정부, 원전 투자 강화

우선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령상 원전 분야 세액공제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신성장·원천기술’ 범위에 대형 원전 ‘설계’만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 ‘대형 원전 제조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세액공제 대상인 SMR 제조 기술의 수혜 범위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원전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12%에서 18%까지, 중견기업은 7%에서 10%까지 높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올해에만 1조원(약 7억5,000만 달러) 이상의 원전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현 정부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7년까지 차세대 원전 R&D 분야에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원전 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후행 주기 분야 위주로 투입되던 정부 자금을 미래 연구 분야까지 본격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융자와 보증을 합쳐 5,000억원(약 3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제한됐던 원전 기업 금융지원도 두 배가량(1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MR에 대한 투자 확대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300㎿급 이하 소형 원전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세계 시장에 내놓을 ‘한국형 i-SMR’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지난해 70억원에서 올해 650억원까지 확대했다. 이에 더해 차후 반도체처럼 SMR을 수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창원·경남 지역을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성공한 기업이 없다, SMR의 근본적 한계

문제는 세계 각국의 SMR 투자가 지난 30여 년간 ‘실패’만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원전 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는 미국 유타주 지방전력협회(UAMPS)와의 SMR 발전 사업 철회를 발표했다. 뉴스케일파워는 글로벌 원전업계에서 SMR 상업화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글로벌 원전업계 내에서 유일하게 SMR의 구체적인 설계개발 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SMR 현실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기업이 자진해서 그 기회를 포기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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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케일파워의 뉴스케일 SMR 원전 조감도/사진=뉴스케일파워

뉴스케일파워의 사업 철수 원인으로는 고물가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지목된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SMR의 전력 공급 비용이 치솟은 가운데, 뉴스케일파워가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대형 원전을 상대로 경쟁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2021년 메가와트(MW)당 58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던 뉴스케일파워의 SMR 전력 공급 비용은 최근 89달러로 53%가량 급등한 상태였다. 뉴스케일파워가 마지막 남은 SMR 사업을 철회함에 따라 장장 20여 년간 이어진 미국 에너지부의 투자는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는 뉴스케일파워 외에도 수많은 실패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SMR 개발 시도 끝에 2017년 파산을 경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원전 기업인 엑스에너지,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 회사인 테라파워 등도 이렇다 할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 대다수가 SMR 개발 과정에서 ‘경제성’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MR이 오히려 돈 더 든다” 커지는 시장 의구심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가 작은 SMR은 안전시설 역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검사와 관리에 들어가는 기술 비용이 대형 원전보다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는 의미다. SMR로 대형 원전과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호기를 운영해야 하는 만큼, 전반적인 안전 비용이 오히려 대형 원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설비용량 대비 건설비 역시 대형 원전보다 높은 편이다. SMR은 설비 용량이 커질수록 단위 발전량당 건설비가 적게 드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역행하는 시도기 때문이다.

SMR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만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스마트(SMART)’ 원전의 개발 실패 이후에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100㎿급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전’은 지난 1997년부터 25년간 4,600억원(약 3억5,000만 달러)의 자본을 흡수한 SMR 프로젝트로, 설계 이후 상용화를 위한 국내 실증로(실제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핵융합로) 건설에 실패한 바 있다. 실증조차 하지 못한 스마트 원전 기술을 구매하겠다는 전기 사업자는 전무했고, 결국 스마트 원전은 설계도만 남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세계 각국에서 SMR 개발 실패 사례가 쌓여가고 있음에도 국내 원전업계와 정계는 여전히 SMR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경제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SMR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입지 제한 없이 필요한 지역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패 사례를 애써 외면한 채 SMR의 미약한 ‘가능성’만을 좇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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