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노선 폐기하고 서방 동맹으로, 스웨덴의 NATO 합류 “유럽 안보지형 흔든다”
헝가리 의회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 32번째 회원국 합류 핀란드·스웨덴 합류로 북해 투사 통로 가로막힌 러시아 스웨덴, 요충지 고틀란드에 막사 확장 등 병력 증강에 속도
200년 넘게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온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됐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스웨덴을 동맹으로 품으면서 나토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포위하는 형세를 갖추게 됐다.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과 동진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되레 북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이라는 역풍을 맞은 셈이다.
스웨덴, 32번째 나토 회원국 확정
26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오후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비준안은 라슬로 쾨베르 헝가리 대통령 권한대행 서명을 거쳐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 국무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스웨덴이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instrument of accession)를 미 국무부에 기탁하면 32번째 나토 회원국 가입 절차가 마무리된다.
앞으로 스웨덴은 나토 헌장 5조를 적용받게 된다. 나토 군사 동맹의 핵심인 제5조는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집단방위)’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조항을 토대로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 1814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른 이후 200년 넘게 비동맹중립 노선을 견지해 온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핀란드와 동시에 진행됐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자 미국 주축의 안보 우산을 택한 것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헝가리 의회의 가결 소식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은 200년간의 비동맹 중립 노선을 뒤로하고 떠난다”며 “이제 북유럽은 500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 방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우리 모두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스웨덴 품은 나토, 발트해에서 러시아 ‘완전 포위’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2배가량 늘어나게 됐다. 또한 나토는 북유럽 3국(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과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모두 품으며 발트해에서 대러 포위망 구성을 완성하게 됐다. 러시아 입장에선 해군 전력을 북해로 투사할 수 있는 통로가 가로막히는 셈이다.
특히 스웨덴 남동쪽 해안에서 약 100㎞ 떨어진 스웨덴 영토 고틀란드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힌다. 지난 2022년부터 스웨덴은 고틀란드에 더 많은 병력을 수용하기 위해 막사를 확장하는 등 1억6,300만 달러(약 2,170억원)를 들여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고틀란드는 발트해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해 해안선의 약 50% 이상을 보유한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의 안보 전략에 힘을 써왔다. 북극권 지역에는 핵미사일이 배치돼 있으며, 러시아 해군 기지도 위치해 있다. 특히 러시아가 보유 중인 핵 추진 잠수함 대부분이 노르웨이에 가까운 콜라반도에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유럽과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급속도로 다가서자 안보위협을 느껴 침공을 단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럽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나토 세력을 확장하는 악수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스웨덴 가입으로 나토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이후 유엔(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제대로 된 결의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세계 최대 군사동맹체인 나토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발트해 동맹국들에 대한 파병을 증강하는 것도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