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상업적 대리모 출산 재허용, 목적은 의료 관광 산업 확대
태국 정부, 의료 관광 확대 위해 외국인 부부 대리모 출산 허용한다 2014년 호주 부부 신생아 유기 사건 이후 '상업적 대리모' 출산 금지 일각서는 반대 목소리도, 인권 침해 및 인간의 존엄성 위협 지적
태국 정부가 외국인 부부의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2015년 상업적 대리모 행위를 금지한 지 10년 만이다. 태국이 대리모 문턱을 다시 낮춘 것은 의료 관광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태국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간의 존엄성 훼손 지적과 함께 인신매매, 유기 등 대리모 출산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태국 정부, 대리모 서비스 허용 법개정 추진
4일 태국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보건부는 조만간 외국인 부부의 태국 내 대리모 서비스 이용을 허용하는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외국인들의 의료 관광 확대뿐 아니라 출산율 회복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력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독신 남성, 여성 또는 성소수자들이 주립병원 등에서 불임 치료를 받는 데 장애가 되는 법을 개정해 이들의 임신을 돕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법적으로 인정받은’ 부부로, 성소수자 부부 등 신청자들의 성별은 관계없지만, 본국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리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대리모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부부의 출신 국가에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아크홈 프라디수완(Arkhom Praditsuwan) 태국 보건부 부국장은 “외국인 부부는 대리모를 구해서 데려오거나, 태국인 대리모를 쓸 수도 있으며 이런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은 태국 정부 당국자들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의 의료 관광 확대뿐 아니라 태국의 난임 부부들을 위한 조치며, 광범위한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이달 말 내각에 제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각이 법 개정안을 승인하면 태국 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태국은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대리모를 허용하는 7번째 국가가 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될 때까지 대리모의 국제 허브로 불렸으며 또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조지아, 콜롬비아 등도 상업적 대리모를 허용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훼손 우려 목소리도
태국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상업적 대리모 출산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10년의 징역에 처했다. 다만 결혼한 지 3년이 지났고 난임인 태국인 또는 태국·외국인 부부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대리모 출산을 허용해 왔다. 이는 당국이 통제하지 않아 대리모 출산이 무분별하게 상업화됐다는 사회적 비난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14년 태국 여성을 상대로 대리모 출산을 한 호주 부부가 아기의 장애를 이유로 양육을 거부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태국인 여성이 호주 부부의 의뢰를 받아 남녀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이 가운데 아들이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자 부부가 양육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호주인 부부는 딸 아이만 데리고 호주로 돌아갔고, 아들은 버려진 채 태국에 남겨졌다. 심지어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한 20대 일본인 자산가가 태국에서 각기 다른 대리모를 고용해 13명의 아기를 출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국제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현지 검찰은 일본 남성이 인신매매를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봤다.
한편 이번 태국 정부의 대리모 합법화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쏟아진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권 침해다. 대리모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고 인권을 유린할 뿐 아니라, 뱃속에서 교감해 왔던 산모와 자녀의 강제 이별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대리모 출산의 상업화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이라는 비난과 함께 가난한 여성에게 대리모 역할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캄보디아에서는 출산하면 최고 1만 달러(약 1,300만원)를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용된 봉제공장 근로자들이 모여있던 ‘아기 공장’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정자 주입 시 200달러(약 26만원)를 받았고, 임신 기간에는 식비 명목으로 하루 10달러(약 1만3,000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