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번식 막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그 실효성은
TNR 사업에 힘 쏟는 서울시, 개체 수 조절 성공 포획 후 중성화로 번식 막았다, 새끼 고양이 수 감소 "TNR 사업, 효과 지나치게 한정적" 전문가들은 의문
서울시 내 길고양이가 9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자치구, 자원봉사자 등이 길고양이 포획 및 중성화 수술(Trap-Neuter-Return, TNR)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2008년부터 중성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서울시는 2016년 이후 매년 평균 길고양이 1만 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단행한 바 있다. 발정기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추가적인 개체 번식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서울시, 9년 만에 길고양이 절반 급감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왼쪽 귀 끝의 1cm를 제거해 기존 거주지에 방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서울시는 길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분쟁·혼란을 막기 위해 꾸준히 TNR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서울시 내 길고양이 중성화율을 △2015년 10.5% △2017년 26% △2019년 22.7% △2021년 49% △2023년 67.3%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전반적인 길고양이 숫자가 확연하게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고양이 개체수 추정치는 △2015년 20만3,615마리 △2017년 13만8,605마리 △2019년 11만6,019마리 △2021년 9만880마리 △2023년 10만982마리로 9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다만 이미경 서울시 동물보호과장은 “(해당 지표는) 모든 고양이를 조사하는 건 불가능해 일부 지역을 조사한 후 낸 추정치”라며 개체수보다는 중성화율 등이 감소 추세를 보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35만8,000마리를 중성화시켰다. 그 결과 7대 특별·광역시의 ㎢당 마릿수는 2020년 273마리에서 2022년 233마리로 감소했으며, 새끼 고양이 비율은 2020년 29.7%에서 2022년 19.6%까지 줄었다.
이어지는 TNR 사업, 정말 효과 있을까
정부 및 지자체는 TNR 사업이 충분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무분별하게 새끼를 낳던 길고양이의 번식에 제동이 걸린 만큼, 차후 점진적으로 개체 수가 조절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서울시 내 자묘(새끼 고양이) 비율은 △2015년 40.1% △2017년 33.6% △2019년 30.8% △2021년 13.7% △2023년 5.1%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길고양이의 경우 정확한 출생일을 알 수 없어 2kg 미만 개체를 모두 자묘로 집계한다.
하지만 TNR 사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전문가들도 많다. 타지역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고양이가 유입되고, 개체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결국 중성화 속도가 번식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수의사회는 2022년 성명을 통해 “TNR로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지역 내 중성화 개체 비율이 75%를 넘겨야 하지만 서울 등 광역시 중성화 비율은 13% 이하에 그친다”며 국내 TNR 사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대다수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 내 길고양이 개체군 70~80%가 중성화되고, 매년 10~20%를 추가로 중성화해야만 실질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든다고 본다. 국내에서 한 번도 달성된 적 없는 수준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당국이 발표한 성과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TNR 사업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환경 변화, 신규 개체 유입 가능성 등 변수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2020년 재개발 등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 가능성을 간과한 통계치를 내놓으며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