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등 의대반’ 단속 나선다는데,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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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습비 초과 징수 및 선행학습 여부 등 단속
강남에 밀집됐던 초등 의대반, 지방 읍단위까지 확산
"아인슈타인도 한국서 태어났으면 의대 갔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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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정부의 ‘꺾이지 않는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입시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의대 정원이 올해 2,000명 늘면 본인도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의대반·초등학생 의대반은 물론이고 1대1 과외 의대반도 생겼다. 이에 정부는 교습비를 과다 징수할 경우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의대 선호 현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교습비 초과 징수 등 학원가의 불법 행위를 단속해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의대 열풍에 학원계는 ‘활짝’, 정부 집중 점검 예고

6일 교육계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직장인과 대학생을 노린 야간특별반(의학계열 수능 All In반)을 열었다. 이달 18일 서초 메가스터디학원 의약학전문관에서 개강한다. 한 달 학원비만 67만2,000원에 달한다. 메가스터디가 직장인 대상 야간 의대반을 운영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대성학원도 대학에 재학하면서 의대·서울대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강남대성 SⅡ 2월 야간반’을 지난달 27일부터 열었다. 대학생들 일정에 맞춰 오후 3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수업하고,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할 수 있다. 한 달 수업료는 76만8,000원이다.

온라인 수학학원 ‘수학싸부’는 의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1:1 수학과외 의대반’을 모집한다. 대치동 강사, EBS 출신 강사를 비롯한 수학 강사진들이 1:1 맞춤관리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 실력 향상을 돕는다는 게 수학싸부 쪽 설명이다. 강남대성기숙학원을 운영하는 디지털대성은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 의대 입시 역량 강화를 위해 호법강남대성기숙학원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호법강남기숙대성학원은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강남대성기숙 의대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투스기숙학원은 최근 시대인재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지를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학원생들은 기존 이투스 콘텐츠뿐 아니라 이 문제지 수업과 문제풀이도 제공받을 수 있다. 자사 혹은 계열사에서 제작한 교재로 수업하는 게 일반적으로, 경쟁업체 콘텐츠를 채택한 건 이례적이다. 학원가는 의대 증원에 따른 수험생 증가에 대비한 것으로 본다.

이에 정부는 ‘의대 열풍’이 사교육비 증가로 번지지 않도록 적극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현장점검 등을 통해 물가안정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특히 학원비의 경우, 지자체별 교습비 조정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교육청도 거든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와 함께 ‘초등학교 의대 입시반’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초등 의대반을 개설하는 학원들이 생겨나고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학원가를 직접 방문해 초과 징수, 교습비 외 비용 징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선행 학습 과정 운영, 선행 학습 유발 광고 게시 여부도 점검한다. 충남교육청도 도내 학원과 교습소 등을 대상으로 합동 지도점검을 시행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초등의대반, 고액 입시컨설팅, 선행학습 유발 광고, 교습비 초과징수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초등 의대반 선발고사에 지방 유학까지

최근 초등 의대 열풍은 서울 전 지역, 경기, 인천뿐 아니라 부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 학원은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를 간 아이들은 초등 때 무슨 공부를 했을까”란 간판을 내걸고 초등 1~6학년을 대상으로 한 ‘초등 의대 선발 고사’를 진행 중이다. 충남 홍성군 한 읍의 수학학원도 올해 초부터 초등의대반을 운영 중이다. 지방 학원이 이름에 ‘SKY(서울대, 고대, 연대)’ ‘대치’ 등의 단어를 썼던 것처럼 ‘의대반’도 유행이 된 셈이다.

초등생이 어려운 수학, 물리 문제를 푸는 모습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약대가 목표인 초6의 17시간 공부 브이로그’ ‘의대생을 꿈꾸는 10살 공튜버(공부+유튜버)의 하루 일상’ 같은 제목의 영상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초등생들이 ‘ㅇㅇ의대 30학번’ 등의 목표를 공유하며 ‘공부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초등부 의대반 선발고사 문제에 “저도 명문대 나왔는데 첫 줄 읽다가 포기했네요”란 댓글이 달려 있다. 입시 관련 채널인 ‘가갸거겨고교’에 있는 ‘미국 수학 경시대회 푸는 초등 의대반 수업 현장’ 영상에서도 서울대 의대생이 12세, 7세 초등생의 문제 풀이를 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지역 의대 진학을 위한 초등학생의 ‘지방 유학’떠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웃지 못할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권 대학의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합격에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인재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때부터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순천향대 의대와 단국대 의대가 있는 충남 천안의 경우 서울에서 내려온 ‘지방 유학생’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안에 사는 한 학부모는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진학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내려온 학생과 학부모들로 인해 학원가도 잘 형성돼 있고, 부동산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학생이나 지방 학생들을 겨냥한 ‘지역인재 의대 전문학원’이 곧 나올 것 같다”며 “특히 충청·세종권은 수도권에서 근접하고 인프라도 좋아 호재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 소득 낮춰야 광풍 잡힐 것

이같은 의대 선호 배경에는 안정적인 고연봉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의사 소득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지난 7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3’에 따르면, 국내 병·의원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의 연간 임금소득이 평균 19만2,749달러(약 2억5,6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제출한 2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명문대를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만만치 않고, 불확실한 미래까지 마주하는 현실에서 높은 연봉과 함께 노후에도 일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청소년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게 현실이다. 이른바 ‘인센티브 체계 왜곡’을 장기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를 블랙홀처럼 쓸어가는 의대 광풍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아인슈타인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의대에 진학했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비급여 진료 비율 및 의사 임금 소득을 낮춰야만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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