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동맹 강화 나선 러시아, 2035년까지 달 표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 시사
러 연방우주국 “기술적 우려 대부분 해결”
NASA 중장기 원전 프로젝트 견제 움직임
위성요격 핵무기 우주 배치설은 거듭 부인
러시아와 중국의 동맹 관계가 한층 끈끈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Roskosmos)이 중국과 함께 2035년까지 달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지난해 6월 미국이 달 원전 건설 청사진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민간기업 최초의 달 착륙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등 우주개발에 속도를 높이자, 이를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로봇이 프로젝트 수행, 원자로 냉각 기술 개발만 남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각)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자국 크라스노다르주 시리우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제(WYF)에 연사로 참석해 “우리는 중국과 손을 잡고 오는 2033년부터 2035년 사이 달 표면에 원자력 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보리소프 국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로봇을 통해 수행될 것이며, 이를 위한 기술은 충분히 준비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 전지판만으로는 달 기지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겠지만, 태양열 대신 원자력을 활용하면 달 정착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기술적 우려 대부분이 해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로스코스모스와 중국 국가항천국(CNSA)의 동행은 지난 2021년 3월 국제달연구기지 건설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로 공식화됐다. 이후 같은 해 6월에는 달 기지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며 협업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로스코스모스가 발사한 달 탐사선 루나-25가 착륙에 실패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로스코스모스가 차기 프로젝트인 루나-26과 루나-27을 각각 2027년, 2028년까지 발사한다는 계획을 앞당기겠다고 선언하며 세계 우주과학계에서는 러시아가 중국과의 협력은 후순위로 밀어둔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번 보리소프 국장의 발언이 전해지며 러시아가 미국의 우주 개발을 견제하는 발걸음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미국 에너지부(DOE)와 미국 국가우주국(NASA)은 중장기 원전 프로젝트를 위해 자국 내 민간 업체 3곳과 계약을 맺고 향후 10년 내로 달에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주 핵무기 부인-기술력 과시’ 이중 효과 노렸나
로스코스모스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주 핵무기’로 불리는 위성요격용 핵무기의 지구 궤도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 직후 나온 것으로 눈길을 끈다. 당시 미국 CNN방송은 미 정보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대량 에너지파를 생산해 위성을 공격하는 우주 핵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 막바지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는 전자기 에너지 파동과 전기입자를 분출해 궤도 위의 위성을 무력화하는 핵전자기파(EMP·Electromagnetic Pulse) 무기를 말한다. 지구 표면에서 수천㎞ 떨어진 상공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는 핵무기라는 의미에서 ‘고위도 전자기펄스(HEMP) 무기’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해당 보도가 전해지며 세계 각국은 자국의 상업 및 공공용 위성을 마비시킬 위력을 지닌 러시아의 EMP 무기의 기술 수준에 촉각을 기울였다. EMP 무기가 사용되면 핵폭발과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파를 생성하면서 대부분 위성이 마비되고, 이 과정에서 핵 낙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위성 기반 미사일 추적 시스템과 GPS 활용 군사작전들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엔우주사무국(UNOOSA)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지구 궤도 내 인공위성은 7,800여 기에 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의 핵무기 우주 배치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일 러시아 연방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한 그는 “우리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그와 관련한 보도들은 모두 ‘가짜뉴스’”라고 힘줘 말했다. 보리소프 국장 역시 WYF 연설에서 “우주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우주 개발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발걸음이 빨라지며 이같은 주장들은 조금씩 힘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