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다 망한다” 이동통신 3사 지원금 경쟁에 설 곳 잃은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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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원금에 번호이동 지원금까지? 알뜰폰 업계 '비상'
"설 자리 없다" 이통3사 지원금 경쟁에 사실상 대항 불가능
알뜰폰 업계 지원 약속한 정부, 추후 시장 상황 변화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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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알뜰폰(MVNO) 업계가 ‘번호이동(Mobile Number Portability, 기존과 다른 통신사로 이동통신 회선을 이전하는 것) 지원금’의 역풍에 휘말렸다. 정부 고시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번호이동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 가운데, 대다수 알뜰폰 업체가 경쟁력 상실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추가적인 ‘알뜰폰 구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지원금만 100만원? 알뜰폰 업계 우려 증폭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신설된 ‘예외 조항’에 따라 번호이동 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에 따르면 차후 이동통신 사업자는 번호이동을 통해 사업자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위약금(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 번호이동 시 발생)과 유심 카드 발급 비용 등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단, 단말기 교체 비용은 지원 가능 범위에서 제외된다.

해당 고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단통법 개선과 관련해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통법 전면 폐지를 두고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우선 시행령을 통해 통신업계 내 고객 유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시에 따라 소비자는 공시지원금 50만원, 번호이동 지원금 50만원을 더해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단말기를 삼성전자 ‘갤럭시S24’ 모델로 교체할 때 기준).

알뜰폰 사업자들은 해당 고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금 경쟁 유도로 인해 알뜰폰 고객 이탈이 가속화, 알뜰폰 사업자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대 의견서를 전달, 알뜰폰 사업자의 충격을 완화하며 이동통신사업자(MNO)와 상생할 수 있는 제도 정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알뜰폰, 왜 위기인가?

그동안 이동통신 3사는 단통법 체제하에 중저가 요금 시장 경쟁을 사실상 알뜰폰에 위임해 왔다. 이동통신 3사 측에서 알뜰폰 가입자에게 30~40만원에 달하는 ‘정책지원금’을 지급, 간접적으로 치열한 요금 인하 경쟁을 펼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의 단통법 폐지·번호이동 지원금 지급 허용 등으로 인해 이동통신 3사의 ‘간접 경쟁’이 종료될 경우, 알뜰폰 업체들은 졸지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알뜰폰 업체에 할당되던 지원금이 직접적인 지원금 경쟁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지원금 확대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알뜰폰 업체의 주요 고객은 자급제 단말기(전자제품 매장, 오픈마켓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판매하는 단말기)를 구매한 뒤 알뜰폰 유심만 사용하는 소비자다. 이동통신 3사와 달리 유심 요금제 판매에 중점을 싣고 있는 만큼, 단통법 폐지에 따른 단말기 할인 혜택을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통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본격화한 가운데, 막대한 자본력을 필두로 한 지원금 경쟁까지 본격화할 경우 알뜰폰은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알뜰폰 업계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 3사의 ‘지원금 경쟁’에 밀려 그대로 폐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성장 저해 우려가 없도록 차후 알뜰폰 업계의 요금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원금을 중심으로 통신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한 가운데, 알뜰폰 업계는 새로운 구조의 시장에 원만히 안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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