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재승인제 폐지 결정에도 업계는 ‘미지근’, 유통 생태계 재편 막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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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방안’ 발표
후발주자 등장 가능성 낮다는 게 업계 중론
이커머스 공룡 성장에 힘 못 쓰는 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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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료 방송이나 홈쇼핑 사업자는 7년마다 사업권을 갱신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사업의 재허가 및 재승인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방송사 등이 잦은 심사에 따라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와 관련한 애로를 덜어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 “재승인 관련 행정업무 부담 및 사업 불확실성 줄인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미디어·콘텐츠 산업 융합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홈쇼핑과 유료 방송에 대한 재허가 및 재승인 제도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그간 업계에서는 방송사가 재허가나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사업 중단이 불가피한 만큼 관련 행정업무 부담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기업의 이같은 부담을 덜어 콘텐츠 제작이나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의 재허가 및 재승인 주기는 기존 5년에서 최장 7년으로 확대된다.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상한은 현재 10조원(76억 달러)에서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비율로 상향한다. 방송채널사업자(PP)와 홈쇼핑에 대한 외국인 지분 49% 상한 규정은 폐지하고, 유료 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규제 역시 폐지된다.

아울러 국내 미디어 기업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1조원대 펀드를 조성하고, 세액공제율을 상향한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한 총리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한류의 원천인 동시에 국민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는 분야”라며 “글로벌 초경쟁 시대에서 대한민국 재도약의 선두 주자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지출에도 수익은 제한적, 시장 진입 메리트↓

정부의 발표에도 업계에서는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홈쇼핑은 유료 방송이기 때문에 무작정 채널 숫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는데,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 주자가 시청자의 접근이 용이한 채널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2개 주요 홈쇼핑 사업자의 송출 수수료는 2조4,101억원으로 전체 방송 매출액인 3조7,113억원의 64.9%를 차지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셈이다.

그간 정부는 재승인이나 재허가 등 규제를 두고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는 명목으로 홈쇼핑 사업자에게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강요해 왔다. 공영홈쇼핑이나 홈앤쇼핑 같은 일부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사업자는 물론 민간 홈쇼핑사에도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중 확대, 판매수수료율 인하 등을 사실상 강제해 온 것이다. 2012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대형 유통기업의 판매수수료율은 ‘홈쇼핑 옥죄기’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치솟은 송출 수수료에도 판매 수수료율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홈쇼핑사의 판매수수료율 등 각종 규제가 남아있는 한 재승인 및 재허가 제도 폐지로는 개별 기업이 체감하는 혜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의 판로를 확대하고, 건전한 기업 경쟁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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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떠나간 시장에서 ‘각자도생’ 모색하기도

전문가들의 의견도 홈쇼핑 산업이 고사 수순을 밟고 있다는 데 일치했다. 소비심리 둔화와 TV 시청 감소가 맞물리며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등 사업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2시간 51분이던 국민들의 일평균 TV 시청 시간은 지난해 2시간 36분으로 줄었다. 2015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TV 시청 시간을 앞지른 후 꾸준히 그 차이를 벌린 결과다. 심지어 TV를 필수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은 27.5%로 스마트폰(70%)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TV 시청 시간이 줄면서 홈쇼핑 업체의 매출도 동반 하락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7개 TV홈쇼핑 법인의 전체 매출액 대비 매출액(방송 기준) 비율은 2018년 60.5%에서 2019년에는 56.5%, 2020년에는 52.4%, 2021년 51.4%, 2022년 49.4%로 해마다 감소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CJ온스타일을 운영하는 CJ ENM 커머스 부문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195억원) 대비 4.1% 감소했다. CJ ENM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반짝 특수로 2020년 4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홈쇼핑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새벽방송 중단이라는 악재를 맞은 롯데홈쇼핑은 2분기 영업이익으로 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92.8% 줄어든 결과다.

유통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도 홈쇼핑 업계에는 적신호다.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막대한 트래픽을 앞세운 소위 ‘메가 플랫폼’이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무신사, 오늘의집 같은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하는 버티컬 플랫폼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라이브쇼핑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네이버를 주축으로 성장한 라이브쇼핑은 TV홈쇼핑과 사업 구조가 비슷하면서도 이용자 접근성이 높아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새롭고 강력한 플레이어가 등장해 입지를 키우는 탓에 기존 ‘종합 몰’ 형태로 운영되던 플랫폼들은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거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키우는 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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