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대통령급 연봉 준다지만, 연구원들 근무 ‘길어야 10년’
경력 경쟁 채용 방식으로 50명 우선 선발 다른 공무원 조직보다 높은 보수 기준 마련 고용 불안 및 민간 예산 확대 등은 '숙제'
오는 5월 27일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이 본격적인 인재 채용에 돌입했다. 정부는 대통령급 이상의 보수를 앞세우며 우주항공 전문가들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에서 근무할 전문가들의 고용 형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무 기한이 최대 10년으로 제한돼 있는 탓에 고용 불안감을 일으키고 연구의 연속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재 유치 시작, 1급 본부장엔 대통령급 연봉
14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우주항공 분야 전문가를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이날 공고를 시작으로 선임연구원(5급) 및 연구원(6·7급)에 대한 채용과 함께 프로그램장(4급) 이상 직위에 대한 인재 모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선발하는 우주항공청 직원은 31개 직위 총 50명으로 선임연구원(5급) 22명과 연구원(6급 12명, 7급 16명) 28명이다. 아울러 간부급 공무원과 외국인(복수국적자를 포함)에 대해서는 상시채용 방식으로 채용을 추진한다. 외국인은 18개 간부급 공무원 직위와 함께 해당 분야의 선임연구원(5급) 및 연구원(6·7급) 직위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우주항공청 임기제공무원은 특별법에 따라 임용, 보수, 파견, 겸직 등 특례가 적용된다. 특히 특별법 제10조에서 기존 공무원과 달리 보수를 정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민간기업 수준 이상으로 보수 기준을 설정했다. 임무본부장은 대통령급인 2억5,000만원 수준, 부문장은 차관급인 1억4,000만원 수준, 선임연구원(5급)은 8,000만~1억1,000만원 수준을 기준으로 하되 우주항공청장이 직무의 난이도, 전직장 연봉수준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수 기준의 상한을 뛰어넘어 그 이상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10년 임기 제한, 연구 연속성 저하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고용 형태를 두고 근무 기한이 짧아 고용 불안감을 일으키고 연구의 연속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채용되는 우주항공청 연구직은 기본적으로 5년간 고용 계약을 맺는다. 성과 여부와 수준에 따라 최대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길게 일해도 최대 10년이라는 의미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과 연구직 본인이 원한다면 추가 계약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번 채용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30대 석·박사급 인재들은 50대가 되기 전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우주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대학의 한 교수는 “최대 10년간만 일할 수 있다면 고용 안정성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한국처럼 우주개발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는 전문적인 경험을 오래 쌓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10년간 일했다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내 대학교수 정년은 만 65세,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은 만 61세다. 조기 퇴직은 과기정통부가 우주항공청의 롤모델로 강조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도 없는 구조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책임연구원은 “NASA에서는 사실상 기한이나 정년 없이 일한다”며 “70~80대 연구직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 예산도 투입돼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선 국내에서 발사체 시장 형성을 위한 수요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항공대학의 장영근 교수는 “정부에서 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나면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며 “(발사)수요가 없다면 국내 기업들이 무슨 수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장 교수는 “지금 한국에선 정부나 군이 자신들이 만든 위성은 스스로 발사체를 만들어 쏘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민간 우주기업 이노스페이스는 향후 총 3개 유형의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문제는 인재다. 이노스페이스에는 지난 2022년 11월 말 기준 총 86명이 재직하는데, 이 가운데 연구 인력은 44명이다. 임직원 절반이 발사체 개발에 투입되지만, 절대 숫자에선 부족하다. 이에 대해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이번 발사체를 만들었다면 100여 명은 필요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적은 연구 인력으로 분투하는 건 국내 민간 우주기업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특히 발사체 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는 다른 우주기술 분야와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펴낸 ‘2021년 우주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기업의 우주산업 분야 인력은 총 6,305명으로, 이 가운데 발사체 제작 인력은 824명(13.1%)에 그친다. 위성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에 3,862명(61.3%), 위성체 제작 분야에 1,035명(16.4%)이 투입돼 있는 것과 상반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청은 부처 간 이기주의를 극복·조율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넘어 출연연구소들과 대학의 기술이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도록 길을 터줘야만 비약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