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으면 집값 오른다”? 역세권 계보 잇는 ‘욕세권’, 부동산 트렌드 변화에 업계도 욕세권 전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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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이은 '욕세권', "부정적 의견 많다는 건 관심이 높다는 것"
한 번에 빠지고 한 번에 몰리는 욕세권, "매매가 상승 폭 클 수밖에"
빠르게 바뀌는 부동산 트렌드, 정부도 따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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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용어 중 ‘역세권’이란 말이 있다. 역과 가까운 아파트란 의미다. 여기에서 파생돼 숲이 가까이 있으면 숲세권, 슬리퍼를 신고도 다양한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지근거리에 각종 시설이 있으면 슬세권 등의 단어도 만들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뜨고 있는 신조어는 ‘욕세권’이다.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의견, 즉 ‘욕’을 많이 먹으면 아파트 가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단 의미다.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의 가치를 재단하는 기준이 ‘평판’이 된 탓이다.

정보 창구 다변화에, 부동산 지표도 ‘욕세권’으로

과거엔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보를 대부분 주변 공인중개사나 분양하는 건설사들을 통해 입수했다.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거래가 성사돼야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보니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단점보단 장점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최근엔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이 많아지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창구가 다변화하면서 해석과 입장이 다른 다양한 정보를 취득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정보의 질이 높아졌단 의미지만, 문제도 있다. 익명성에 기대 과도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좋다, 혹은 무조건 나쁘다로 의견이 갈리는 아파트에 대해선 치열한 논쟁이 붙기도 한다. 특히 분양가가 공개되는 시기부터 1순위 청약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찬반이 팽팽하다.

1순위 청약경쟁률 결과에 따라 찬반의 승패가 결정되곤 하는데, 이 중 고분양가나 논란이 되는 조건에도 결과가 좋았다면 ‘역시 욕 먹는 아파트가 잘 된다’, ‘욕하면서도 청약한다’ 등의 게시글이 커뮤니티를 가득 채운다. 여기서도 욕세권이란 등장한다. 욕세권 단지의 대표격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다. 기존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해서 짓는 단지인데, 예비 청약자들은 단지 인근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저층 상가도 많고 낡은 주택이 몰려 있는 ‘빌라촌’에 들어선다는 게 청약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일반 분양 물량으로 나온 동의 방향이 나쁘다는 점도 불만 사항이다. 조합원들이 있는 주택은 대부분 남향인데 일반 분양 동은 동향이 많다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들어서는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았다. 단지는 분당 핵심 지역이 아닌 동북쪽 외곽에 들어선다는 이유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는 예비 청약자가 많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수인분당선 야탑역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15분은 타야했던 것이다. 높은 가격 때문에 말이 나왔던 곳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서 들어설 예정인 ‘영통자이 센트럴파크’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9억2,670만~10억4,030만원에 책정됐다. 단지와 가까운 원천동 ‘영흥숲푸르지오파크비엔’ 전용 84㎡가 지난해 중순 8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수억원 비싼 가격에 아파트가 나오면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나왔던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 9억7,600만원,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 10억9,900만원 등을 고려하면 서울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정적 의견이 파다했던 단지들은 막상 청약이 시작되자 뜻밖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더샵 둔촌포레는 4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총 4,374명이 몰려 평균 93.06대 1로 마감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에서도 특별공급도 22가구(기관 추천분 제외) 모집에 580명이 접수해 평균 26.36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금호어울림 그린파크도 7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특별공급 제외)에 2,89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9.2대 1이 나왔고, 영통자이 센트럴파크도 1순위 청약 결과 36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442명이 접수해 평균 12.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관심’ 방증하는 욕세권

욕세권 단지가 사실상 흥행을 보증하는 수표가 된 건 ‘관심도’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욕세권 단지의 청약 흥행은 불문율처럼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파크 포레온'(둔촌주공)도 소위 안티들이 굉장히 많지 않았나”라며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건 결국 해당 단지에 청약자들의 관심이 많이 몰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질투를 받지만 분명한 약점도 분명 있는 아파트, 이를 ‘욕세권 아파트’로 규정한다면 욕세권이 하나의 지표로 활용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애초 해당 아파트 단지에 관심이 없으면 욕할 사람도 없다는 의미다.

욕세권을 수요의 시간 이동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도 있다. 아파트 투자에 있어 수요의 시간 이동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거나 해당 지역에 호재가 생기거나, 혹은 대출완화 등 정부정책에 완화책이 생기면 당장 집을 살 여건이 되지 않거나 계획이 없던 사람도 부랴부랴 집을 사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거나 악재가 생기거나 정부 규제가 강화하면 집을 사려던 사람들도 계획을 늦추곤 한다.

욕세권에서도 수요의 시간 이동이 발생한다. 학군, 상권, 교통망 등 장점을 보고 아파트를 매매하려던 사람은 비역세권 등 각종 단점이 부각된 의견들을 접하면 전세로 입주한다. 전세로 살아보고 매매를 결정하겠단 건데, 이 지점이 욕세권의 주요 톱니바퀴다. 욕세권 아파트가 부정적 의견에 휘말릴 때, 해당 아파트에 대한 매매수요가 한 명 줄고 잠재매수수요(전세수요) 한 명이 는다. 그러면 이후 욕세권 아파트가 상승기에 접어들었을 때, 즉 장점이 부각되는 시기가 됐을 때 잠재매수수요가 말 그대로 ‘폭발’하면서 매매가가 더 크게 상승하는 것이다. 수요가 일시적으로 이탈하고 한 번에 몰리는 단지가 욕세권 아파트의 진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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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서도 주목, 정부는?

욕세권의 영향력이 가시화하다 보니 업계에서도 욕세권을 믿는 구석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앞서 업계 관계자가 언급한 바 있는 올림픽 파크 포레온이 그랬고,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장위자이레디언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단지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메리트가 너무 떨어진다’였다. 올림픽 파크 포레온의 경우 당시 분양가가 최고 10억5,000만원인 59㎡만 해도 분양가의 20%인 계약금과 보증 한도를 초과하는 중도금 등 3억원 정도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했다.

즉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84㎡는 최대 10억여원이 필요했다는 의미인데, 현금 10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은 차라리 자금을 좀 더 보태 가격이 급락하던 잠실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올림픽 파크 포레온의 위광에 가려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기댓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두 단지는 분양가 메리트가 이전만 못함을 인정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래 가치’를 내다보라는 언급을 거듭 이어갔다. 욕세권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올림픽 파크 포레온은 송파구에 붙은 입지 여건과 단지 규모를 내세우면 강동구를 넘어 송파 집값도 충분히 따라잡으리라 기대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2만7,000여 가구 규모의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장위뉴타운 내 역세권(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을 내세웠다.

공사가 단일 대형 건설사(GS건설)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실제 올림픽 파크 포레온 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지는 상당히 드문 경우로, 이후 올림픽 파크 포레온 89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은 4만1,540명이 신청해 4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흥행을 이뤘다. 장위자이레디언트도 올림픽 파크 포레온에 가려지긴 했지만 어느 정도 ‘이삭줍기’에는 성공했단 평가다.

욕세권은 이제 부동산 평가를 가르는 하나의 지표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역세권과 비교해 봐도, 단순한 말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이미 마땅한 결괏값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 차원에서도 욕세권을 하나의 규제 지표로써 활용해 봄 직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규제도 트렌드를 따라갈 줄 알아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마냥 허황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미 역세권은 규제 기준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도심 역세권을 고밀도로 개발하기 위해 인근 주거지역의 용적률 규제를 700%까지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요가 높은 역세권 인근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단 취지다. 이렇듯 욕세권 또한 하나의 지표로 이용한다면 보다 기민한 정책 마련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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