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몰린 ‘과세 논란’ 리츠, 과세당국 맞바람에 국토부 리츠 활성화 계획도 흔들
리츠에 법인세 부과? 과세당국 "세법상 내야 할 세금" 리츠 지원 이어 온 국토부, 엇박자 아래 리츠 활성화 노력도 물거품 되나 금리 인하로 봄바람 불었지만, "법인세 논란으로 한순간에 위기 상황"
연기금과 각종 공제회 등 국내 기관들이 주로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최근 세무당국이 이전에 부과하지 않던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리츠의 근거법인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리츠에 대해서는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매겨왔는데, 일부 지역 세무서가 올해부터 이런 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 법인세를 추가로 과세한 것이다. 리츠 활성화를 강조하던 국토교통부와 전면 배치되는 과세당국의 행보에 시장의 반응은 공격적이다. 과세당국 차원의 엇박자가 그간의 노력을 사실상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리츠에 법인세 부과한 세무서, ‘법인세 연쇄 폭탄’ 떨어지나
최근 서울의 한 세무서는 관할 지역에 본사를 둔 리츠 6곳에 172억원의 법인세를 내도록 했다. 리츠 관련 법에 따라 배당재원으로 허용된 감가상각비를 문제 삼은 것이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에서는 감가상각비가 실제 비용이 아닌 재무제표상 비용이라는 점에서 감가상각비만큼을 리츠가 초과로 배당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막상 세법인 관련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세법상으로는 회사에 남아있어야 하는 감가상각비만큼의 금액이 배당에 포함, 법인세 감면 등 영향으로 그동안 세금이 적게 부과됐다는 게 과세당국의 논리다.
세무서가 통지한 법인세 금액은 해당 리츠 6곳의 합산 당기순이익 30%를 웃도는 규모다. 법인세 금액이 커지면 리츠의 배당금 규모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해당 세무서의 법인세 부과 기준이 정착돼 향후 국내 모든 리츠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 국내 리츠업계가 법인세 폭탄 여파에 휘말려 들 수도 있는 불안감이 나온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의 운용자산(AUM)은 93조9,000억원이었다. 2013년 11조8,000억원에서 10년 만에 9배 수준으로 급성장한 셈인데, 과세당국의 논리가 확산하면서 리츠 활성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국토부 지원 아래 꾸준히 성장했지만
그간 리츠는 세금 걱정이 없다는 장점 아래 꾸준한 성장세를 이뤄왔다. 실제 리츠는 세제만 놓고 보면 부동산과 관련한 세금을 일절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통상 투자자가 직접 상가를 매입할 경우 매입 시점에 취득세가 들고 보유하는 과정에서는 재산세를 내야 한다. 상가를 통해 얻은 임대수익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된다. 반면 리츠는 간접투자 상품인 만큼 이 같은 세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리츠 운용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내는데, 배당수익은 이자수익과 함께 금융소득으로 분류되는 만큼 수익에 대해 14%(지방세를 합하면 15.4%)의 세금이 배당소득 지급 시점에 원천징수 된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원천징수 한 세금은 이미 낸 것으로 인정해 공제하고, 금융소득 전체 규모에 따라 6~45%의 종합소득세가 부과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세율이 높은 데다 건강보험료 등의 납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 조세당국은 ‘사회 전체적인 균형 발전이나 건전한 자산 형성에 기여하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면 기존 금융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리츠 및 부동산 펀드를 분리과세 대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리츠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은 9.9%(지방소득세 포함)로 내려간다. 5,000만원을 투자해 연 5%의 수익을 올렸을 때 종전 과세 기준에 따르면 38만5,000원을 내야 하지만, 분리과세가 되면서 부담이 26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라면 절세 효과가 더 커진다.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리츠에 3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등 조건이 있지만, 여러 장점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는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리츠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배당 확대 등을 통해 리츠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도 리츠의 확실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지난달 초 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 역시 앞서 국토부가 내놓은 리츠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기존에는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리츠는 자산 매각 등으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손실을 인식해야 했고 이에 배당가능이익 감소했었지만, 해당 개정안 통과 이후 리츠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미실현손실을 제외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배당재원이 증가하게 된 셈이다.
국토부-과세당국 ‘엇박자’, 한순간에 위기 맞은 리츠
그러나 이번에 과세당국이 리츠에 칼날을 겨누면서 사실상 국토부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세당국과 국토부 사이의 엇박자가 중간에 갇힌 리츠 투자자만 압박하는 양상이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번에 6개 리츠에 부과된 6개월 치 법인세는 172억원이지만, 이를 전국 모든 리츠에 적용할 경우 연간 추가 세금은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손실이 만만찮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고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탓에 배당금이 줄었는데, 법인세 부담까지 늘어나면 리츠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20여 년간 과세를 해 온 기준이 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혼란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담해야 할 법인세가 늘어나면 배당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리츠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리츠 활성화를 부르짖어 온 국토부의 방향성과 전면 배치되는 양상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고, 리츠 업계 규모도 100조원에 육박할 만큼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1,600조원에 육박하는 리츠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일본도 200조원으로 한국의 2배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 중이다. 그나마 국토부의 노력하에 국내 리츠도 본격적인 흐름을 타는가 싶었지만, 과세당국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국내 리츠 활성화가 지체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 법인세 논란이 일기 이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리츠도 덩달아 봄바람을 맞은 상황이었다. 리츠는 투자자의 자금과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구조인데,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리츠의 은행 대출 이자도 줄어듦으로 금리 인하 아래 더 많은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터져 나온 영향이다. 이에 몇 년간 쌓아 온 국토부와 시장의 ‘개연성’이 과세당국의 맞바람으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는 비판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