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동력 되찾은 기대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불안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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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기대인플레이션, 전월 대비 0.3%p 상승
농산물 가격 급등 등 소비자 체감 물가 상승 영향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임금 인상-물가 상승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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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이 5개월 만에 반등했다. 과일값 폭등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뛰어오르며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 역시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풀 꺾였던 인플레이션 위험이 재차 고개를 든 가운데, 시장은 기대인플레이션발(發) 장기적 물가 상승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체감 물가 뛰었다” 소비자 물가 불안 확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확인됐다. 12월 3.2%, 1월 3.0%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 반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 상승폭 확대가 지목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를 기록했다. 이는 1월(2.8%) 대비 0.3%p 상승한 수준이다.

농산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애플레이션(Applation, Apple+Inflation)’ 현상 역시 소비자의 물가 불안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사과(71.0%)와 귤(78.1%), 토마토(56.3%), 딸기(23.3%) 등 소비자가 즐겨 찾는 대다수 과일값이 대폭 상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가 3.7% 상승했으며, 특히 과일류가 포함되는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0% 급등했다. 신선과실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1.2% 뛰며 1991년 9월(43.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영향이다.

인플레이션 압박 속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내렸다. 기준점인 100은 상회했으나, 지난 1~2월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하락한 수준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기준점인 100보다 높을 경우 장기평균(2003∼2023년) 대비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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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시장 영향은

소비자의 물가 불안이 확대되자 시장과 당국의 한숨 역시 깊어져 가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는 차후 한국 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에 대한 ‘기대’는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가계가 차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 소비를 최대한 줄이며 소극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구매력이 하락하면 경기 전반이 침체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근로자의 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질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가 사측에 물가 상승 기대치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사측이 해당 요구를 수용해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상품·서비스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으로부터 일종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2022년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임금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 4~6분기 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0.2%p 상승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투자자가 향후 1년간 3%의 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해당 투자자는 연 2%의 금리를 제공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보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실물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에 따라 금융권과 투자 시장 전반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 물가 상승 불안 커져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차후 장기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대다수 소비자가 향후 물가 추가 상승을 점칠 경우, 기업들의 가격 인상은 한층 수월해지게 된다. 기업의 상품·서비스 가격 인상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는 뜻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기대 뒤에 숨어 고물가에 따른 임금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할 수 있다. 이는 재차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소비자의 물가 불안 역시 한층 커지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물가는 장기간 상승곡선을 그리며 경제 전반에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금융당국 등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려 노력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2% 선에서 안정시키고 싶다”며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물가 상승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재차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월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중간값, 3년 후 기준)이 전월 대비 0.3%p 상승한 2.7%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시장의 물가 불안마저 확대되며 ‘겹악재’가 발생했다는 시각이다. 고물가·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지친 시장은 추후 물가 변동 및 소비자 인식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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