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레이션 막겠다” 사과 계약재배 물량 늘리고 스마트과수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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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 발표
스마트과수원·신규 산지 육성해 사과 50만톤 이상 생산
“햇과일 출하 전까지는 가격 강세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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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부가 잡힐 듯 확 잡히질 않는 사과·배 가격을 안정화시킬 단기대책과 중장기 계획을 함께 내놨다. 계약재배로 생산된 사과의 출하 시점뿐만 아니라 지역·단계까지 직접 관리하면서 가격이 뛰는 곳에 곧바로 물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를 새로운 사과 생산지로 육성하고, 산지와 소비지 간 직거래를 늘려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과 계약 재배 세 배로, 강원 재배지 2천㏊ 조성도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2024~2030)’을 발표했다. 과수 대책엔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치솟은 사과와 배의 가격과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겼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과수산업의 중장기적 대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과수 대책의 핵심은 ‘지정 출하 방식’을 도입하는 데 있다. 정부가 계약재배 물량의 ‘출하 시기’만 지정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보관시설과 출하처, 용도까지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뛰는 특정 유통단계나 지역에 계약재배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과와 배의 계약재배물량도 각각 올해 5만과 4만에서 2030년 생산량의 30% 수준인 15만과 6만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간 계약재배 물량이 명절 성수품 공급에만 활용돼 평시 수급관리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사과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기존 사과 산지보다 위도가 높은 강원 정선·양구·홍천·영월·평창의 사과 재배면적을 지난해 931㏊에서 2030년 2,000㏊로 두 배 이상 넓히고, 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건립할 예정이다. 미래 재배 적지엔 기본 과수원보다 생산성이 두 배 이상 높은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스마트 과수원은 기존 과수원보다 노동력을 30% 이상 절감하고, 햇빛 이용률을 높여 생산효율을 극대화한 과수원이다. 개화기를 늦출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사업도 병행된다.

유통구조를 효율화해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사과 유통구조는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60.5%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짧은 시간에 물량을 수집하고 분산할 수 있지만 유통단계가 산지-도매시장-소매상-소비자 이어져 단계마다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유통 비중을 2030년까지 15%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지는 거점·스마트 APC를 중심으로 취급 물량을 늘리고, 소비지는 중소형마트·전통시장을 중심으로 규모화해 산지와 소비지의 직거래 비중도 35%로 높이기로 했다.

냉해와 태풍, 폭염 등 3대 재해로부터 과수를 보호할 수 있는 예방시설 보급률도 2030년 30%까지 높아진다. 농식품부는 재해 예방시설이 재배면적의 30%까지 보급되면 재해 피해가 약 31%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은 사과 생산도 늘린다. 그간 크기·외관 중심의 재배 관행이 이어지다 보니 1인 가구 증가나 식습관 변화 같은 소비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작은 사과 재배 지역을 전체 면적의 5%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과 가격 고공행진에도 정부는 “사과 수입 계획 없다”

최근 사과 가격은 ‘금(金)사과’로 불릴 정도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일 중도매인 판매가격 기준으로 사과(부사) 10㎏은 9만2,520원으로, 전년(4만3,150원)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과일값 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수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국산 사과 수입을 통해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 등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동식물 위생·검역조치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외국산 과일은 8단계로 구성된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진 국가는 없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은 1993년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현재 3단계(예비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미국산 사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후지’ 등 일부 민감품종을 제외하고 관세가 철폐됐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병해충 확산 등을 우려해 사과 수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사과는 8단계까지 협상해야 수입할 수 있다”며 “우리 사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검역 협상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사과 수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역 절차에 따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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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올 추석 전후까지 높은 수준 유지할 것

사과 가격은 지난 1월 56.8%가 오른 것을 시작으로 상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열매가 달리는 것) 수가 줄었고 여름철 잦은 강우와 집중호우로 사과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확기에는 탄저병, 겹무늬썩음병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했다.

‘정부 비축분’이라고 부르는 ‘정부 계약재배물량’도 현재 모두 동이 난 상태다. 사과는 쌀처럼 정부 비축 관리 대상 품목이 아니다. 수급 안정 차원에서 농가와 계약해 재배하고, 필요할 때 시장에 공급한다. 지난해 정부가 농가와 계약한 사과 물량은 4만9,000t인데 이 물량은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 시중에 공급하면서 모두 소진됐다.

현재 마트와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과는 민간에서 저장하고 있다가 시장에 나온 것이다. ‘청사과’라고 부르는 아오리 품종 등 햇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7월 전까진 저장품이 시중에 공급된다. 농업 관측센터에 따르면 2023년산 사과 저장량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0만3,000t으로 추정된다. 민간 저장량은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유통업체들이 보관하고 있으며, 농가가 개별적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수입마저 어렵다 보니 사과 가격이 소비자 체감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사과와 배는 저장량이 부족해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햇과일 출하 시기는 보통 사과와 배가 각각 이르면 7월, 8월 정도다. 이 때문에 사과와 배 가격이 올해 추석 전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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