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옐런 장관 “중국 은행, 러시아 전쟁 지원 시 제재하겠다”, 중국 과잉생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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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美 재무 장관, 러시아-우크라 전쟁 관련 경고
"中 은행, 러에 군수품판매 지원 시 제재받을 것"
"배터리,태양광패널 지원이 미국 등 신산업 파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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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사진=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금융기관이 러시아 전쟁을 지원할 경우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를 만나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 “중국 은행, 러시아 지원 행위 용인할 수 없다”

8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CNBC 방송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어떤 행위도 용인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를 제재할 능력이 있다”며 “특히 금융기관에서 심각한 위배 행위를 볼 경우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발언은 중국의 은행, 회사와 정치권에서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할 경우 미국이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무부에 러시아 전쟁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재무부가 아직 이 제재 수단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옐런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날카로운 표현을 사용했다”며 “무역, 기술, 지정학을 포함한 다양한 긴장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따뜻한 어조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놓고 중국을 공격한 것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내놓은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외무장관들에게 중국이 상당한 규모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지원이 러시아의 광학 장비, 추진체 생산, 우주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를 위협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4일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자는 FT에 “블링컨 장관의 경고는 분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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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사진=재닛 옐런 X

“저가 중국산의 산업계 파괴도 용납 못해”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이는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전기차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저가로 과도하게 생산하는 것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중국이 자국 내수 침체에 따라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초저가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이런 상황을 과거에도 본 적이 있다”며 “10여년 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보조금)으로 저가 중국 철강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넘쳐났고 전 세계와 미국 산업계를 황폐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다시는 그런 전철(현실)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옐런 장관은 “글로벌 시장이 인위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중국산 제품으로 넘쳐날 때 미국과 다른 외국 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거듭 지적했다. 중국 과잉생산의 엄청난 용량을 세계가 흡수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중국이 취하는 조치는 글로벌 시장 가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이 미국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는 정책을 수정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옐런 장관은 밝혔다.

EU도 중국 본토 기업 옥죄기에 동참

EU도 중국 본토 기업 옥죄기에 동참한 모양새다. 지난 2월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만 2년에 맞춘 13차 러시아 제재안에 러시아를 도운 중국 본토 기업들을 포함시키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들은 서방의 제재 때문에 군수용 부품 등을 구하지 못하는 러시아를 위해 군수품으로 전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확보해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U가 마련한 제재안 초안에는 중국 기업 3곳과 홍콩 기업 1곳을 포함해 모두 21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스탄, 타이, 튀르키예, 인도, 스리랑카, 세르비아 기업도 각각 1곳씩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제제안에는 회원국들의 신속한 합의를 위해 러시아산 제품에 대한 추가 수입 금지는 포함되지 않고, 군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이중 용도 물품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EU와 주요 7개국(G7)은 전자제품을 포함해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이중 용도 제품들에 대한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등 제3국 기업들을 통해 서방 제품들을 확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제재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만 중국 기업 제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U의 러시아 제재안은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확정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에도 중국 기업 5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마련했으나, 중국의 반발과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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