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본격화” 태영건설 PF 사업장 청산 나선 산업은행, 사업장 정리 ‘기준선’ 마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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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PF 사업장 정리 시작, 자본잠식 해소 방안도 제시
자충수 둔 시공사 적지 않아, "업계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 필요해"
전면 나선 산업은행에 업계는 '환영', "PF 사업장 청산 바로미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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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 중 10여 곳을 청산한다. 태영건설 대주주(7,300억원)와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포함해 1조원(약 7억2,000만 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도 추진할 예정이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겠단 취지다.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사태에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PF 사업장별 처리 방향을 끌고 가기 시작하면 이번 사례를 모범적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란 전망에서다.

산업은행 “태영건설 PF 사업장 청산 시작”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6일 태영건설의 본PF 40곳과 브릿지론 PF 20곳 중 총 10곳을 청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사 결과 태영건설 우발 부채가 업계 우려만큼 발생하지 않았고 정상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마곡 CP4 등 대주단과 신규 자금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주요 사업장들도 정리된 바 있다. 이외 본PF 사업장 가운데 32곳은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7곳은 시공사 교체, 1곳은 청산(경·공매)을 결정했다. 브릿지론 사업장은 10곳은 시공사 교체, 9곳은 청산하기로 했고 단 1곳만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차등감자와 1조원대 출자 전환에 따른 자본 확충을 제시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6,356억원(약 4억6,000만 달러)의 완전자본잠식이 발생한 바 있다. 완전자본잠식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폐지 사유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산업은행이 1조원 이상의 신규 자본이 필요하다 판단한 건 향후 PF 사업장 청산 등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보증)가 3,000억원 이상 실제 채무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의 모기업인 티와이홀딩스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빌려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을 100% 출자전환한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넣은 약 3,300억원도 주식으로 바꾼다. 여기에는 채권단이 무담보채권 중 50%인 약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편 출자전환에 앞서 태영건설 대주주는 100주를 1주로, 일반주주는 2주를 1주로 줄이는 차등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대주주 측은 감자를 통해 주식 수가 줄지만, 대규모 자본 확충에 참여하기 때문에 태영건설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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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차이 여전, 정상화 협조 않는 사업장도 적지 않아

문제는 일부 사업장에서 PF 정상화를 위한 작업에 동참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단 점이다. 반포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반포의 주거복합시설 개발 사업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PF 정상화 방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추가 자금 조달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공전하고만 있는 것이다.

견해차도 거듭 드러나고 있다. 차주는 당초 태영건설이 한도대출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260억원의 자금이 공사비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KB증권은 워크아웃 신청 이전에 체결된 기존의 대출약정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스스로 고꾸라진 시공사가 적지 않단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시공사로는 삼계개발을 들 수 있다. 앞서 태영건설이 지분 51%를 출자해 설립한 삼계개발은 특수목적법인(SPC) 빅게이트제일차가 제공한 84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이게 된 바 있다. 대출 만기가 도래했지만 사업장 채무를 보증하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상환 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영향이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SPC 김해스톤제삼차가 보유한 사업장 대출채권 300억원을 매입하며 채무를 떠안았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장 처분 등 당장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업계 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깃발’ 든 산업은행에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

다만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태영건설의 PF 사업장별 처리 방향을 반강압적으로라도 끌고 간 데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이번 사업장 처리 계획이 향후 전체 PF 시장 정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업장 정상화 사례도 거듭 나타나고 있다. 앞서 태영건설은 마곡 CP4 사업장 사업비 추가 대출 금리를 8%대로 확정한 데 이어 주요 PF 사업장 중 한 곳인 김해 대동 첨단 일반사업단지 대주단 67곳의 추가 대출 금리를 약 5.6%로 정한 바 있다.

이외 강릉 모노그램, 백암빌딩, 동탄2 공동주택 사업장 등 역시 기존 대출금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의 금리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도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사업장 실사가 마무리되고 정상화 사례가 계속되면서 워크아웃이 탄력을 받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2~3년 사업이 지연된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미 전체 59개 사업장 가운데 50여 곳은 산업은행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사업장 59곳 가운데 80% 이상이 사업장을 재구조화를 통해 정상화할지, 또는 정리할지를 확정한 것이다.

당초 브릿지론 사업장의 경우 미착공 상태로 경·공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중·후순위 채권자가 손실을 많이 보는 구조기 때문에 사업자 간 의견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의 교통정리가 잘 먹혀들면서 대주단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양보할 필요가 있음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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