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틱톡 금지’에 중국 ‘스레드 삭제’로 맞불, 미중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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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일 내 팔아라" 틱톡 강제 매각 법안 미 하원 통과
"표현의 자유 짓밟혔다" 틱톡, '강제 매각' 강행 맹비난
중국 정부 '왓츠앱·스레드' 삭제 조치 맞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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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중국 숏폼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틱톡의 미국 사업 강제 매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기술 분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하원, 틱톡 매각 법안 통과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본회의에서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270일 안에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매각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매각 시한을 1회에 한해 90일 연장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가 주어진 기한 안에 구매자를 찾지 못할 경우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된다.

미국 상원은 수일 안에 해당 법안을 표결에 부칠 전망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하원은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을 처리했는데 당시에는 매각 기간이 6개월로 규정됐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중국의 앱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법안의 통과는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 메시지 및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이뤄졌다”며 “수년간 이어진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싸움에서 미국이 큰 펀치를 날리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틱톡 “1억7,000만 명의 표현의 자유 짓밟는 법안” 비판

이에 틱톡은 즉각 반발했다. 틱톡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미 하원이 중요한 대외·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미국인 1억7,000만 명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법안을 다시 한번 강행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더 버지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틱톡 매각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앱 스토어에 왓츠앱과 스레드 등 메시징앱을 삭제했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의 주장과 ‘보안’을 문제 삼았다.

그간 미 정치권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에 사실상 예속됐다고 주장하면서 ‘국가 안보’를 내세워 틱톡을 압박해 왔다. 틱톡을 이용하는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유출되고, 중국이 틱톡을 통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맞서 “바이트댄스는 미 법률에 따라 등록된 합법적 기업으로 미국이 각종 방법을 동원해 특정 기업을 탄압한다”고 반발해 왔다. 틱톡도 지난 2월에 강제 매각 법안에 대해 “미국인 수백만 명을 검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쇼우 지 츄 틱톡 CEO는 “틱톡이 사라지면 30만 개의 미국 내 일자리가 사라지고 크리에이터와 중소기업이 수백만 달러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 사용자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틱톡 퇴출을 추진해 왔지만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의식해 최근 법안 통과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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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레드(Threads)

미중 기술 갈등 심화 전망

한편 중국은 그동안 미국 SNS 접속을 제한해 오긴 했지만, 왓츠앱이나 스레드 등 일부 앱은 앱 스토어를 통해 허용해 왔다. 물론 중국 사용자들에 크게 인기는 없으나, 해외와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로 여겨졌다. 중국이 이미 다수의 외국 SNS와 메시징 앱을 금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삭제 조치는 비교적 가벼우나, 외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예일 로스쿨 차이나센터의 댄 왕은 “중국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틱톡을 금지할 경우 중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페이스북, 구글, X, 유튜브 등 미국의 주요 SNS 및 온라인 플랫폼의 사용을 막아왔다. 중국에서 해당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이 중국 당국 지시에 따라 앱스토어 내에 왓츠앱과 스레드 앱을 제거하면서 이제는 VPN을 이용하더라도 다운로드조차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 미국 의원들은 중국이 미국 SNS 앱을 금지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될 경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미국 주요 기술기업 임원들은 틱톡 금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미국 내 틱톡 금지가 X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금지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2022년 틱톡 금지에 대해 “복잡한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로 미중 기술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019년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고강도 제재를 가한 데 이어 2022년 10월부터는 첨단 반도체 장비 및 기술의 대중국 수출에 대해 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에 중국은 올해 초 주요 통신사들에 2027년까지 미국을 비롯한 외국산 칩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로, 해당 조치로 인텔과 AMD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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