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2차 창작 저작권 플랫폼이 가져가면 안 돼” 공정위, 불공정약관 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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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드라마화' 걸림돌 사라진다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 연재 계약서 심사
네이버웹툰 등 7곳 불공정약관 시정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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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비극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웹툰 업계의 부당한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개 웹툰 사업자들의 연재계약서 약관을 심사한 결과 네이버웹툰과 엔씨소프트 등 7개 사업자의 불공정약관이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네이버웹툰 등 웹툰 플랫폼 사업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한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고, 원저작물을 번역·각색·변형해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로 제작·이용하는 과정에서 웹툰 창작자 권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웹툰작가에게 불리한 2차 저작물 불공정 약관 바뀐다

21일 공정위는 국내 26개 웹툰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계약서를 심사해 웹툰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약관 5개 유형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불공정약관 유형은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여(무단으로 설정)한 조항 △2차적 저작물의 우선협상권을 설정하면서 우선협상 결렬 시, 저작자가 제3자와 거래하는 조건을 제한하는 조항 △웹툰작가의 고의·과실 없이도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조항 △최고 절차가 없거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 △부당하게 재판관할법원을 설정하는 조항 등이다.

이번 공정위 조치로 △네이버웹툰 △넥스츄어코리아 △레진엔터테인먼트 △머들웍스 △서울미디어코믹스 △엔씨소프트 △투믹스 등 7개 웹툰 플랫폼 사업자는 해당 조항 내용을 자진 삭제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계약서에 ‘제공자는 제3자와 글로벌 2차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경우, 네이버웹툰에게 통지한 계약조건보다 제공자에게 더 불리한 조건으로 제3자와 계약조건을 정해서는 아니된다’고 명기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계약서에 ‘본 계약은 작가가 레진엔터테인먼트에게 작품 및 번역작품 관련 서비스권을 부여한다’고 표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전제로 탄생하는 만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주체는 저작자다. 따라서 웹툰콘텐츠 연재 등 원저작물 사용권이 있는 사업자라 할지라도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원저작물 계약 시 사업자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함해 설정하는 약관 조항은 웹툰작가가 어떤 형태의 2차적 저작물을 언제 누구와 제작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면서 “약관법상 고객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들, 계약은 ‘노동자’지만 보호는 못 받아

공정위의 이번 시정 조치는 웹툰 산업이 글로벌로 뻗어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작가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간 웬툰업계에서는 웹툰작가가 CP(콘텐츠 프로바이더)사와의 ‘기울어진 계약’으로 인해 창작자가 아닌 노동자처럼 일하게 됐음에도, 노동자로서의 보호는 거의 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다.

실질적으로는 작가에게 근로자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근로자 보호는 회피하는 계약서가 만연했다는 것이다. 사실 작가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관계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될 수도 없다. 하지만 웹툰 업계가 팽창하면서 CP사라고 불리는 프로덕션·에이전시가 등장했고, 이들이 사실상 근로계약에 준하는 내용을 포함해 작가들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컨대 계약서에 CP사가 원고 완성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조항을 넣고, 수정 횟수 상한과 기한을 정해두지 않으면 작가는 CP사가 ‘오케이’할 때까지 돈을 받지 못하고 무제한 수정을 하게 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세로의 장철영 변호사 “에이전시의 지시를 받아서 수정하고, 작품 완성 여부는 에이전시가 결정하는 등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근로기준법 적용은 못 받는다”며 “CP사의 요구가 디테일하고 완성 컨펌을 해주지 않을 경우 작가 입장에선 다음 화도 그리면서 수정을 같이하게 돼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CP사가 공동저작자로 나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CP사가) 최종적으로 플랫폼에 제공하기 전에 작가의 완성물을 가져다가 서비스 형태로 가공하는데, 여기에 아주 큰 노력을 쏟는 것도 아니면서 별도의 저작권이 있는 것처럼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계약서 때문에 작가의 창작자 지위가 약화하고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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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검정 고무신’ 비극 잊었나, 작가들 “근본적 권리 보호 강화해야”

더 큰 문제는 웹툰작가들이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IP) 권리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별세한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사망 원인도 검정고무신 관련 저작권 분쟁이었다. 이 작가는 지난 2020년 7월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 대표인 A씨를 상대로 6,0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작사 측에서 ‘검정고무신’을 활용한 캐릭터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원작자인 이 작가와의 협의 없이 수익화에 나섰다는 이유였다.

앞서 이 작가는 지난 2007년 ‘검정고무신’ 사업화를 위해 자신과 형제인 이우진 작가가 보유하던 캐릭터 저작권 지분 일부를 금전적 대가 없이 A씨에게 양도했는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글작가로부터 지분을 추가로 양도받으면서 2011년 기준 A씨의 지분은 절반을 넘었는데, 이후 A씨가 검정고무신을 통한 사업을 여럿 진행하면서 수익이 발생했지만 정작 이 작가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고, 수익도 제대로 배분하지 않았다.

최근 OTT를 통해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이 작가는 수차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 및 제작사 측은 당시 관행에 따라 적법한 사업권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난 2019년 본인들과의 협의 없이 다른 곳에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이 작가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최근 IP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웹툰·웹소설 IP를 활용한 영화·드라마·게임은 물론 각종 캐릭터 사업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어 작가들의 2차 저작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관행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다. 이 작가가 사망한 지 1년이 흘렀음에도 주요 웹툰 사업자들이 2차 저작물 창작권 침해 등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다가 이번 공정위 조사를 통해 적발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작가들 사이에서 시정 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저작권을 포함한 IP 권리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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