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취업해도, 못 해도 문제? 기형적인 구조 속 급증하는 ‘청년 백수’
'전체 중 10%' 대기업·공기업에 몰리는 청년 취업 수요
"중소기업은 선택지에도 못 낀다"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대기업 취업한 청년들은 '조용한 퇴사' 끝에 줄줄이 퇴사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백수’가 12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공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로 취업 수요가 쏠리는 가운데, 중소기업 취직을 기피하며 취업을 미루는 청년들이 급증하면서다.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취직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 끝에 단기간 내로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취업 포기합니다’ 청년 백수 급증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졸업 이후에도 구직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청년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인구 841만6,000명 중 재학·휴학생을 제외한 졸업자는 45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자 중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26만1,000명에 달했다. 미취업 졸업자 절반 이상(53.8%)은 대학 졸업자, 나머지 46.2%는 고졸 이하였다.
취업난 등으로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졸업자도 상당수로 집계됐다. 졸업한 미취업자 4명 중 1명(25.4%)은 아예 취업 시험 준비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과 도서관 등에 다녔다고 응답한 이들(36.2%) 중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 비율(61.2%)이 높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쉽사리 취업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졸업자가 졸업 이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10.4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 이후 첫 취업까지 3년 이상 걸린 청년도 32만4,000명(8.4%)에 달했다. 졸업 후 취업 경험이 있는 전체 청년은 394만7,000명이었으며, 이 중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청년은 386만5,000명이었다. 이들의 첫 직장 재직 기간은 평균 1년 6개월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인력난, 청년들은 취업난
전문가들은 취업난의 원인으로 청년층의 ‘눈높이’를 지목한다. 실제 최근 대다수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중시하며, 자기 학력 수준에 맞지 않는 기업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청년층 취업 수요가 쏠리는 대기업과 공기업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업난이, 중소기업계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도 중소기업에는 좀처럼 취업하지 않는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급여 수준 △복지 △고용 안정성 등 청년층이 원하는 ‘여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주거 제공, 출퇴근 차량 지원, 임금 인상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지만, 쉽사리 인력이 충원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실제 2022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규모 사업체의 미충원율은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당장 소득이 필요한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찾는 대신 대신 프리터족(Free+아르바이터)이 되기를 택한다. 프리터족은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긱워커플랫폼 뉴워커가 인크루트 회원 8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리터족과 긱워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의 54.3%, 20대의 51.9%가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렵게 대기업 취직하고도 금방 그만둔다?
어렵게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들은 연간 신규입사자 중 평균 16.1%가 1년 내 퇴사한다고 답했다. 퇴사자 중에는 신입이 조금 더 많았다(신입 57.2%, 경력직 42.8%). 이에 더해 기업의 75.6%는 신입직원 조기 퇴사로 인한 기업의 손실비용(1인당 채용․교육 비용 등)을 묻자 2,000만원 이상 수준이라고 답했다.
청년층의 재직 기간이 짧아지는 원인으로는 조용한 퇴사 현상이 지목된다. 조용한 퇴사는 물리적으로 회사를 떠나지 않았지만, 마음은 떠나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만 일하겠다는 ‘심리적 퇴사’를 지칭하는 용어인 셈이다. 이 같은 조용한 퇴사 현상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실제 2021년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3,2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20대는 78.5%, 30대는 77.1%에 달했다.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등 단기 근로를 이어가고,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무기력감 끝에 퇴사를 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