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라인야후 사태에 “우리 기업 부당 조치 땐 강력 대응할 것”
대통령실 브리핑 발표, 韓 국민·기업 이익 최우선 강조
“反日은 도움 안 돼, 정치권 초당적 협력해야"
21조원 까먹은 소뱅, "라인으로 손실 메꾸려는 속셈" 지적도
대통령실이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네이버의 추가적인 입장이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태 초반 소극적 대응을 보이다가 ‘국익과 관련된 사안을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빗발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대통령실, 네이버·日 정부 입장 확인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로부터 어떠한 불리한 처분이나 불리한 여건 없이 자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리 기업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런 원칙하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네이버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정부 대응에 반영해 왔다. 네이버의 추가적 입장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실장은 또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 보안 사고가 신고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네이버와 긴밀히 협의하며 의사를 확인했고,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의 입장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라인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면 적절한 정보 보안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네이버는 국민 관심이 높은 이 사안에 대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각의 반일(反日) 조성 프레임은 국익을 훼손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를 원한다”고 했다.
네이버-소프트뱅크 간 ‘큰 그림’ 이미 짜여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우리 정부가 소극적 자세를 취한 배경에 대해 네이버가 사업 효율화를 위해 라인 관련 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미 가닥을 이미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권 이슈가 본질이 아니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사업 효율화 차원에서 ‘큰 그림’이 이미 짜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브리핑 자료에서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인데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이미 2019년부터 사실상 소프트뱅크의 컨트롤하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중장기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검토해 왔다”고 공개했다.
한편 네이버의 기술과 소프트뱅크의 자본으로 미국·중국 IT 기업에 대항한다는 명분 아래 성장한 양사의 파트너십이 틀어진 데는 일본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로선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소프트뱅크는 정부 방침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 52만 명 정보 유출 사건 발생 이후 두 번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가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한 관리 감독과 대응이 부실했다는 불만이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본 총무성이 지난 3월 5일 1차 행정지도를 내린 데 이어 지난 4월 16일 2차 행정지도를 내린 만큼 네이버 측의 안이한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자국 기술을 중요시하는 ‘AI 국가주의’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21년 네이버의 AI팀(클로바 CIC)을 분사해, 라인야후처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조율하기까지 했지만 해당 안건은 없던 일이 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이다. AI 기술 역시 구글과 M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손실만 키운 소프트뱅크, 라인으로 명성 되찾으려는 의도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경영권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두고 소프트뱅크가 라인을 통해 그간의 손실을 회복하고 과거 명성을 되찾으려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를 넘어 동남아 시장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한 아시아 최대 슈퍼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뿐 아니라 검색, 핀테크, 이커머스, 블록체인, 게임, 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던 2019년도에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100조원 규모의 그룹 내 투자회사인인 비전펀드에서 잇따른 투자 실패로 무려 1조9,000억 엔(약 21조원) 손실을 내며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당시부터 라인의 경영권 탈취를 염두에 두고 여러 물밑작업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Z홀딩스 합작법인을 설립한 2019년부터 라인야후 경영권을 쥐고 네이버를 흔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23년 상반기(4~9월) 발표한 실적도 적자 규모가 무려 1조4,087억 엔(약 12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290억 엔) 대비 큰폭으로 늘었다. 당시 뼈아픈 손실을 키운 투자처는 위워크다. 위워크에 140억 달러(약 18조4,500억원)을 투자한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위워크 투자는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미국 유전자 검사 전문기업인 인바이테 실패의 상처도 크다. 인바이테는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유망 기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최근 파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도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상장 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주가가 추락한 상태며, 로봇 피자업체 줌피자는 대규모 감원 발표, 온라인 슈퍼마켓 브랜드리스는 폐업을 선언하는 등 잇따른 실패로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이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