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유커 가고 알뜰족 ‘싼커’ 온다, 中 관광 형태 변화에 유통업계 ‘희비’
'유커'에서 '싼커'로 바뀐 중국 관광 형태
"명품 대신 알뜰 쇼핑 위해 한국행"
롯데·신세계면세점, 싼커 공략 선회
이제 국내에서 단체관광으로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면세점을 싹쓸이하던 중국 관광객들은 보기 드문 모습이 됐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있는 동안 중국인들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단체관광객 ‘유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개별 관광을 하는 ‘싼커’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MZ 중국 관광객들은 SNS에서 숨은 명소를 찾고, 올리브영에서 알뜰 소비를 하는 모습으로 변화된 관광 형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큰손 사라지자 면세점 매출도 뚝
이같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로 유통업계도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면세업계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은련카드 소비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인이 면세점에서 카드를 사용한 비중은 35.9%로 2019년 같은 기간 63.1%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에선 주 소비층이라 할 수있는 고객층이 젊어지는 추세로, 방한 주요 중국인 관광객이 ‘바링허우’(80後·19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後·90년대생)’, 나아가 2000년 이후 태어난 ‘링링허우’(00後)까지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이같은 변화를 이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을 중심으로 개별 여행 트렌드로 방한시장이 재편되고, 기존 면세점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고 씀씀이를 일으켰던 고가 브랜드 이탈과 함께 이를 구매할 수요층 역시도 느슨해진 것이란 분석이다.
제주도 크루즈 관광객들의 면세점 소비 비중도 2019년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데다 관광·소비 패턴 변화로 고가품을 파는 면세점이 찬 바람을 맞은 것이다. 이로 인해 신라면세점 제주 시내점에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로 불리는 3대 명품 매장이 모두 철수했다. 루이뷔통과 샤넬이 철수한 데 이어 남아있던 에르메스마저 내달 운영을 종료한다.
올리브영·다이소는 활짝
반면 편의점이나 CJ 올리브영 같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매출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제주도 매출은 전년 대비 130%나 증가했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300%나 늘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CU에서 알리페이·위챗페이·은련카드 등 중국 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
명동도 함박웃음을 되찾았다. 다이소 명동본점의 지난해 해외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대비 90%가 증가했다. 동기간 결제 금액도 90% 늘었다. 올리브영의 서울 명동 6개 지점도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7배 뛰었다. 이에 힘입어 다이소는 지난해 총 매출 3조원을, 올리브영은 4조원을 각각 넘겼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면세점업계, 싼커 잡기에 총력
이에 면세점은 싼커들을 잡기 위한 새 판 짜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롯데면세점은 고가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개별 여행객을 위해 올해 화장품 및 패션 브랜드 100여 개를 새로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오프라인 쇼룸인 ‘LDF 하우스’를 명동에 열고 싼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도 트렌드에 맞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입점, 개별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키울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중저가 브랜드 유치에 힘쓰고 있다. 올해 50여 개 중저가 K뷰티 브랜드 유치를 목표로, 현재 40개 이상 입점을 마쳤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9월 개편을 통해 명동점 16개, 부산점 29개 신규 브랜드 매장을 유치했다. 명동점과 부산점엔 △토리든 △소녀콜라겐 △뉴라덤 △조선미녀 등 K뷰티 브랜드를 대거 입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각 점포에 K뷰티·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