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채널 커머스 법제화 나선 정부, 홈쇼핑 업계-케이블TV협회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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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코드 커팅' 확산, 지역 채널 커머스 상설화 등 방송법 개정안 통과되나
홈쇼핑 업계선 반발 목소리, "방송 심의 받지 않는 '유사 홈쇼핑' 우후죽순 늘어날 것"
출혈 경쟁에 OTT 업계도 적자 심화 양상, "케이블TV 살리려면 파이 나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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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케이블TV 지역채널 판매 방송(커머스)을 상시 허용하는 방송법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유사 홈쇼핑 난무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 사이에선 판로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법 개정이란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지역 채널 커머스 상설 제도화 착수

1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지역채널 커머스 방송 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지역 채널 커머스는 SO 13개사가 지역 소상공인 상품을 생방송으로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지난 2021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처음 허용됐다. 기본 특례 기간 2년에 추가 2년 연장을 통해 내년 6월(CMB·딜라이브는 내년 10월)까지 한시 허용된 상태다.

TF는 지역 채널 커머스를 상설 제도화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케이블TV협회가 건의한 실증특례 허가 조건 완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현재 지역 채널 커머스는 △1일 3시간, 3회 이내 △주 시청 시간(평일 오후 7~11시, 주말·공휴일 오후 6~11시) 방송 불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이 4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상품 등의 조건이 걸려 있다. 협회는 “방송 송출 시간·횟수를 1일 6시간, 횟수 제한 없이 허용하고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소상공인 연 매출 기준도 10억원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방송법상 생방송 판매는 TV홈쇼핑 인가를 받은 사업자만 가능하다. 그런 만큼 홈쇼핑 사업자는 사업권 취득을 위해 유통·판매에 대한 엄격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율 등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을 지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과 유사한 형태의 지역 채널 커머스는 홈쇼핑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방송 심의조차 받지 않는 ‘유사 홈쇼핑’ 채널도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쇼핑 업계 반발 크지만, “우선 논의 이어질 듯”

다만 홈쇼핑 업계의 반발에도 케이블TV 살리기 논의는 점차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블TV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방송 부문 영업이익은 5년 전 대비 92%나 감소했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MSO의 방송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8년 12.6%, 2019년 11.1%, 2020년 5%, 2021년 2.5%, 2022년 1.2%로 지난 5년간 누적 11.4%p 하락했으며, 영업이익은 약 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유입 재원이 감소하면서 미디어 생태계 속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케이블TV가 지상파, 종편, 일반 PP 등에 지급하는 총 콘텐츠 사용 규모는 2022년 기준 5,036억원으로 총수신료 매출 대비 86.8% 수준이다. 문제는 지상파 채널의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탓에 인접 홈쇼핑 채널의 매출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지상파가 거듭 재송신료 인상 지급을 요구하고 있단 점이다. 이에 대해 홈쇼핑 업계 측은 “IPTV가 가입자 증가를 이유로 송출료를 올리는 것과 가입자 수가 감소세인 케이블TV에 지급하는 금액이 늘어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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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마저 쇠락하는 시대, 케이블TV가 살아남으려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실상 홈쇼핑 업계의 시장 내 파이를 쪼개서 케이블TV에 넘기겠단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케이블TV의 경쟁력 향상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제쳐두고 미봉책만 반복하려 한단 지적이다.

다만 이에 대해 케이블TV협회 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반응이다. 케이블TV의 생명력을 앗아갔단 평가를 받는 OTT 시장조차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케이블TV가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단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총 2,400억원으로 전년(1,420억원) 대비 19%나 늘었다. 업체별로 각각 티빙은 1,420억원, 웨이브는 791억원, 왓챠는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스포츠 중계권 확보 등 OTT 간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OTT마저 쇠락하는 시대에 소비자들의 ‘코드 커팅'(유료방송을 해지하고 코드가 필요 없는 새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코드 커팅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9세 이상 유료 방송 이용자 2만545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7%가량이 코드 커팅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코드 커팅을 고려하는 이유(복수 응답)는 ‘TV를 보는 일이 줄어서’(31%) ‘TV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30%)라는 답변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케이블TV 시장 자체가 이미 타 업계의 손을 빌리지 않고선 유지될 수 없는 지경이 이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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