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상공인에 25조원 푼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늘리고 중저신용자도 대환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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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 이자부담 줄여준다
대출 상환 연장 대상 확대, 대환 요건도 대폭 완화
고정비 부담 줄이고 새출발기금 '40조+α'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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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최대 5년 늘리기로 했다.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 배달료 등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고 소기업으로 성장 시 최대 7억원의 정책자금도 지원한다. 아울러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기존보다 10조원 이상 확대하고 재취업과 재창업 등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벼랑 끝’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대책 발표

정부는 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의 영업은 제한하면서도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대출을 지원한 것이 지금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을 충분하게 지원하는 한편, 현금 살포와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를 주재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역동 경제로 서민·중산층 시대 구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과 더불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성장잠재력 저하·부문 간 격차 확대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역동 경제 로드맵’이 함께 논의됐다.

우선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소상공인 채무 걱정을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 3종 세트’를 추진한다. 오는 8월부터 경영애로를 겪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연장 기간도 최대 5년까지 늘린다. 이를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을 신설한다. 아울러 은행과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7% 이상)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저금리대출(4.5% 고정형, 10년 분할상환)로 전환하는 프로그램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배달료와 임대료, 전기요금 등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도 넓힌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외식업계 등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가동해 연내 상생협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음식점 등 영세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부터 배달료 지원도 추진한다.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인하한 임대인을 지원하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소상공인 전기요금 지원(20만원) 대상을 이달부터 연매출 6,000만원 이하로 확대해 최대 50만 명에게 추가로 지원한다.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보급과 온라인 판매채널 진출 지원 등으로 소상공인의 스마트·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유망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하면 소진공과 중진공 연계를 통해 최대 7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마일스톤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나아가 소상공인의 해외 쇼핑몰 입점 등 판로확대도 돕는다는 계획이다.

경영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에 대해선 채무조정과 함께 재취업과 재창업을 지원한다. 채무조정 대상을 늘리고 새출발기금 규모를 이전(30조원)보다 10조원 이상 늘린 ’40조원+α’ 규모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 특화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훈련참여수당을 지급하고 폐업 소상공인을 고용한 사업주에는 1년간 월 30만~60만원의 고용촉진장려금을 지원한다.

1월 신용사면 이후 6개월만의 지원책, 재계 “환영” 분위기

주요 경제단체는 이같은 정부 발표에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번 정책은 약 6개월 전인 지난 1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영업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신용 대사면’ 이후 등장한 실질적인 지원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용사면은 2,000만원 이하 연체를 상환한 개인 대출 및 개인사업자 차주의 연체기록을 삭제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민생안정을 위한 단기대책과 성장엔진 재점화를 위한 중장기 청사진이 함께 마련됐다는 점에 대해 환영한다”며 “특히 중소기업 지원시스템 개편, 기업 규모별 규제 합리화,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 개편, 첨단인재 양성 및 외국인재 활용 전략 마련 등은 우리경제 역동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이어 “3대 핵심기술로 제시한 AI·반도체, 바이오, 양자분야 민간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직접환급방식 도입, AI분야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추가 검토하고, 국회 입법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 논평에서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이동성 약화 등 경제활력이 갈수록 저하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 역동성 제고를 위한 로드맵이 시의적절하게 마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생산성 높은 경제시스템 구축 등 ‘혁신을 통한 성장엔진 재점화’를 골자로 하는 이번 로드맵은 한국경제의 활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제 개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 등은 우리 경제가 요소투입 중심 경제에서 생산성 중심의 경제로 탈바꿈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성장잠재력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기업활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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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빚폭탄 도래’ 은행들도 한숨 돌려

이번 종합 대책으로 은행들도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9월 약 71조원의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이 종료된다. 차주 수는 약 34만 명이다. 만기연장이 끝나면 이들 차주는 원금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데, 대출 상환유예 상태인 자영업자 빚만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원금상환 유예가 4조1,000억원, 이자상환 유예액은 1조1,000억원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를 시행해 왔다. 2022년 당시 기준으로 90조원 이상이던 대출 잔액의 만기를 3년 뒤인 2025년까지 연장한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상환과 대환 등으로 대출 잔액은 꾸준히 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1년 뒤 약 70조원 이상의 빚 폭탄 청구서가 남아 있는 상태다. 만기연장이 끝나면 빚을 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는 물론 시장에도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게다가 이미 국내 자영업자 연체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소상공인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이후 상황이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4월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연체율은 0.61%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0.64%)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은행은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22년 2분기 0.50%에서 올해 1분기 1.5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정부 주도로 집행된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의 경우 이미 부실이 현실화됐다.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 보증을 서고 은행이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구조로, 2020년 4월부터 이듬해까지 집해된 대출은 총 7조4,30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시 신속지원을 목표로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지면서 부실대출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받은 소상공인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폐업하면서 부실처리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6월 말 기준 소상공인 위탁보증 부실률은 10.6%에 달하며, 이는 작년 12월 기준 은행 연체율(0.38%)과 비교하면 약 28배 차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까지 소상공인위탁보증으로 대위변제한 누적 금액은 7,759억원에 이른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20.5%의 공급부실률을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4.2%로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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