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0%대’ 전망,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마이너스 성장 우려도

160X600_GIAI_AIDSNote
1분기 신용카드 이용 건수·이용 금액 모두 감소
가전·잡화 소비 10% 이상 줄어, 외식업도 불황
KDI, 고금리에 '내수 부진' 의견 3개월째 유지
20240722 card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경제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2분기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2분기 들어 실물경기의 주요 지표인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소매판매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영세 자영업자부터 대형마트, 백화점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소비 부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투자·소비 동반 하락,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5일 ‘2024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를 발표한다. 지난 1분기 GDP가 직전 분기 대비 1.3%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2분기에는 0%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16일 발표한 ‘2024년 반환점을 돈 우리 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중 확대됐던 성장률은 2분기 들어 예상대로 크게 조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은은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하면서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성장률 1.3%와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역산하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2%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0%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제시했고 IBK투자증권은 0.1~0.2%, 한국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은 -0.1%로 예측했다.

실제 올해 2분기 들어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생산·투자·소비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하락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특히 내수 부진이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 지출을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4%, 2.2%, 3.1% 감소하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은 3~5월 중 지난 4월 0.7%를 제외하고 두 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지난 2월부터 4개월째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4월 잠시 반등했다가 한 달 후인 5월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7월 경제동향’에서 “수출은 ICT 품목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가 부진하다는 시각을 석 달째 유지했다.

내수 부진에 자영업부터 백화점·대형마트까지 직격탄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세 자영업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한은의 신용카드 지급결제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카드 이용 건수는 44억8,065만 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4.1% 감소했다. 카드 이용 금액 역시 254조8,000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이 본격화된 2020년 193조원까지 줄었던 신용카드 이용액은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돼 2022년 238조원, 지난해 253조7,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올해 들어 꺾이는 모습이다.

이같은 소비 둔화 흐름은 유통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5월 구매 건수와 1인당 구매단가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2.1% 줄었다. 특히 식품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소비가 감소하며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의 모습을 보였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가전·문화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9.1%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스포츠와 잡화 부문도 각각 14.2%, 12.9%씩 하락했다.

외식업계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는 87.34로 지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90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패션·뷰티업계의 매출도 대폭 감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는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상반기 블랙야크, 컬럼비아, K2의 매출액은 각각 1,309억원, 496억원, 1,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10.5%, 9.7%씩 감소했다.

20240722 keb pe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한국은행 별관 2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2분기 역성장하면 한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 커질 듯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할 만큼 내수가 추락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와 한은의 ‘실기’를 지적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추락하는 내수 경기를 감안하면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한은이 오는 8월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에 인하 효과가 확산하는 데 상당 기간의 시차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선제적 조치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기준금리를 3.5%에서 0.25%p 낮춘다고 해도 여전히 긴축적인 수준이라 부동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영업자 연체율 등 금융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히려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정부가 내수 대응 초기 국면에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1분기에 반도체 수출 호황 등이 집중되면서 성장률 1.3%를 달성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으로 사실상 착시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어두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급등과 가계 부채 위험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위원 일부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인 10월께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