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견제력으로 ‘알뜰폰’ 급부상, 단통법 폐지·도매대가 인하 등 정부 지원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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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이동 고객 38.7% 감소, 순증 인원은 80% 넘게 줄어
저가 요금제 출시한 통신 3사들, 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출도 '직격타'
알뜰폰 업계 지원 나선 정부, 정작 시장선 "지원책 실효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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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요금제 출시 등으로 알뜰폰 업계의 위기가 가시화하자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섰다. 통신 3사의 경쟁자 역할을 알뜰폰 사업자가 대신 할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다만 시장에선 정부의 지원에도 알뜰폰 업계가 되살아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미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가 시장에 안착한 상황인 데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도매대가 인하 등 정책에 다소 부실한 면이 있어서다.

알뜰폰 이용자 감소세, 왜?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변경한 이용자는 총 7만3,727명에 불과했다. 지난 1월(12만332명) 대비 이동 고객이 38.7%나 감소한 것이다. 알뜰폰 가입자 순증 인원도 7만8,060명에서 1만4,451명으로 80% 넘게 줄었다. 반면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옮겨 간 이용자는 동기간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40.2% 늘었다.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알뜰폰 업계의 추락이 가시화한 건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이다. 그간 알뜰폰은 5G 요금제를 월 1만~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통신 3사도 3만원, 2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저가 요금제를 연달아 내놨다. SK텔레콤의 경우 6GB(기가바이트) 5G 요금제를 2만7,000원에, LGU+는 같은 요금제를 2만6,000원에 선보였고, KT는 월 3만원에 5GB 요금제를 제공 중이다.

전환지원금 제도도 알뜰폰 업계엔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는 통신사 간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지난 3월부터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알뜰폰을 이용하던 이용자가 통신 3사 서비스를 선택한 유인만 커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측은 “50~60% 수준인 5G 도매가율을 고려하면 알뜰폰이 가격 경쟁력을 더 키우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 지원 정책이 기존의 저가 요금제를 담당하던 알뜰폰 업계를 타격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단통법 폐지·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 이어갈 것”

이에 정부는 알뜰폰 업계 지원을 타진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업계의 고착화를 견제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무위로 돌아간 만큼 통신 3사의 경쟁자 역할을 알뜰폰 사업자가 대신 할 수 있도록 여력을 키우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가계 물가안정 및 생계비 경감을 위한 올 하반기 주요 정책 과제에 ‘단통법 폐지’와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포함시킨 것도 지원의 일환이다. 단통법은 오는 12월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빨리 통신 3사 간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이겠단 구상이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부당한 차별 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2014년 제정됐지만 오히려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하고 통신 3사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는 이번 달 내 인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대가란 알뜰폰이 이통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뜻한다.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요금제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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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정부의 ‘동상이몽’, 구멍 뚫린 지원책

다만 시장에선 이 같은 정부 지원이 현실화한다고 하더라도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알뜰폰 요금제와 통신 3사 간 요금제 차이가 크지 않아서다. 전문가들도 통신 3사의 가족결합 및 멤버십 할인 등 부가 효과까지 더하면 알뜰폰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 향상이 아니라 알뜰폰 업계의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 움직임도 알뜰폰 업계엔 부담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말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다. 현재 우리은행과 파트너사 LGU+ 측은 연내 사업 오픈을 목표로 공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세부적인 업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존 알뜰폰 업계에선 금융권의 시장 진출이 업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등 금융 혜택을 기반으로 가입자 유치를 늘려가면 기존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선 손쓸 새가 없단 것이다. 이미 선례도 있다. 최근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은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등록한 번호의 스마트폰이 통화 중일 경우 국민은행 자동화기기(ATM) 거래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금융권과의 긴밀한 공조가 쉽지 않은 기존 알뜰폰 업계에선 내놓기 어려운 서비스를 금융권 기반 알뜰폰 업체에서 손쉽게 내놓은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지원책 자체가 부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통법 폐지가 오히려 알뜰폰 업계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단 것이다. 고명수 스마텔 회장은 “단통법 폐지로 국민들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독점을 위한 이들의 과당경쟁”이라며 “‘단말기 공짜’ 등 시장 파괴적 사례가 나오면 국민들은 통신요금 자체보다 단말기 요금에 집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휴대폰 제조사들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로 인해 통신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활성화하면서 알뜰폰 업계만 고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도매대가 인하 건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현재 알뜰폰 업계가 도매대가 인하의 관건으로 꼽는 건 11GB+2GB’ 요금제 협상이다. 해당 요금제의 도매대가가 지난 2019년부터 상품의 50% 가격으로 동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건 ‘3G 중심의 종량제(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 요금 협상’이다.

일반적으로 알뜰폰 대상 도매대가는 상술한 종량제와 수익배분(재판매하는 요금제의 수익을 통신사와 나눠 갖는 것) 방식으로 나뉜다. 종량제는 주로 3G에 적용되며, 수익배분 방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있는 LTE 및 5G 대가에 사용된다.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사업자의 경우 LTE라 하더라도 종량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알뜰폰 사업자는 보통 수익배분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결국 알뜰폰 업계가 진정 원하는 방향성은 정부의 종량제 협상이 아닌 ‘LTE 중심의 수익배분 방식 도매대가 인하’라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문제는 알뜰폰 업계 입장에선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요금제 협상 테이블이 될 수 있단 점이다. 앞서 지난해 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상설화되면서 내년 2분기부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직접 이동통신사와 협상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끼리 협상을 하게 되면 알뜰폰이 을이 되는 건 명백한 상황”이라며 “협상 주도권을 갖고 원가제도 산정 근거자료 분석 등 투명한 검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매대가 인하 방식에 이견을 노출하는 정부의 행보에 알뜰폰 업계가 답답하단 심정을 거듭 드러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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