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 진격 우크라이나, ‘가스 시설’도 장악, 유럽 에너지 안보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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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 영토 20㎞까지 대대적 공세
러시아 ‘협박 카드’, 가스 시설도 점령
에너지 자산 파괴로 전술 변경, 에너지 시장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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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지상군을 진입시킨 지 닷새 만에 러시아 쿠르스크주(州) 안쪽 20km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Gazprom)’ 시설도 장악했다. 또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파편이 발견돼 원전 장악을 놓고 양국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영토의 18%가량을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채 열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이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가스프롬 핵심 시설 확보

10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접경 지역(러시아 기준 서쪽)인 쿠르스크주 내 20km 안쪽에서 우크라이나군 수천 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방어에 다급해진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벨고로드주, 브랸스크주 등 국경 지대 3곳에 전날부터 대테러 작전 체제를 도입하고 7만6,000명 이상을 대피시켰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리페츠크주의 공군 기지에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뒤 러시아 영토에 가한 최대 공격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군은 6일 러시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군사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안으로 진격함에 따라 러시아가 약 350㎢(서울 면적의 약 58%)를 상실했다고 추산했다. 미 CNN방송은 러시아가 최소 250㎢(서울 면적의 약 41%)에서 통제권을 잃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시설도 확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영상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프롬의 시설과 인근 수드자(Sudzha)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투 지역에서 50km 떨어진 원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쿠르스크 원전에서 8일 요격된 미사일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허를 찔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나드는 대담한 공격으로 푸틴에게 모욕을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최근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러시아군 참모총장을 차가운 시선과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응시했다고 덧붙였다.

가스 시설 공격에 서유럽 국가들 긴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 근처 주요 가스 수송 지점을 점령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점령한 수드자 지역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러시아 가스를 공급하는 마지막 파이프라인 중 일부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럽 일부 국가들이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런 공급 중단은 시장에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동유럽과 이탈리아 등은 지금도 높은 비율의 천연가스를 러시아 가스관으로 수입하며, 부족분만 해상으로 수입한다. 특히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글로벌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시기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같은 공급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해당 수송로를 통한 공급 중단 우려가 부각되자 우크라이나측은 가스 흐름은 정상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가스 전송 시스템 운영자(TSO)는 “가스 흐름은 안정적이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가스 흐름을 막고 싶었다면 수드자를 점령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수드자를 점령한 이후 러시아 가스프롬이 수드자를 통해 계속 물량을 보낼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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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LNG 가격 넘어선 유럽 가스값

전문가들은 러-우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주며 균형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적국의 경제를 타격하기 위해 에너지 자산에 목표를 맞추고 있는 가운데 부수적인 피해가 세계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은 미국의 지원금이 보류돼 탄약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유럽 동맹들도 무기 조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탓에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것으로 전술을 변경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서만 러시아의 14개 주요 정유소와 2개의 소규모 공장을 폭격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전기 생산 시설에 대해 세 차례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침공 이후 처음으로 주요 가스 인프라를 드론과 미사일로 겨냥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키이우(Kyiv) 지역에서 가장 큰 발전소를 파괴하기도 했다.

문제는 양국의 에너지 시설 폭격으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점령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가스 선물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과거 유럽은 러시아 가스관 덕분에 동북아시아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유럽이 더 비싸게 LNG를 구입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LNG 수입 지역인 동북아시장(JKM) 선물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100만 BTU(열량단위)당 12.57달러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9월보다 살짝 높은 수준인 반면, 유럽 TTF 가스 가격은 40.3유로를 돌파하며 전쟁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통상 유럽의 가스 수입 허브인 로테르담항(Port of Rotterdam) LNG터미널의 TTF가스 시세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의 공급 부족이 예상될 때 급등한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유럽 가스 선물 가격이 오른 것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위협받는다는 신호란 해석이다.

우크라이나는 부인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조만간 우크라이나가 가스관을 완전히 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가스프롬의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이용 계약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기 시점은 올해 말로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부터 가스프롬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은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스를 들여오는 등 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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