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기차 충전 제한’ 정책에 현대차·BMW, 기술 논거로 반박
BMW코리아, 안전 가이드 배포 '서울시 정책 반박 성격'
현대차도 "서울시의 충전율 90% 이하는 근거 부족"
전기차 화재 발생, 배터리 충전량과 관계가 없어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율은 화재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리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추진하고 있는 ‘충전율 제한 조치 및 지하 주차장 진입 금지’ 정책을 반박하는 것이라 이목을 끈다.
BMW코리아 “전기차 100% 완충해도 안전”
23일 BMW코리아는 ‘전기차 안전 가이드’를 전국 공식 딜러사에 배포했다. 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는 BMW 전기차 충전량 설정 방법, 선제적 차량 관리 서비스 프로액티브 케어 소개 등 BMW 전기차 운행에 도움 되는 정보를 담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BMW 전기차는 배터리 총용량에서 안전 마진을 남긴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100% 완전히 충전해도 안전하다. 또한 My BMW 앱이나 차량 내에서 목표 충전량도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다.
BMW는 선제적인 차량 관리 서비스 ‘BMW 프로액티브 케어’도 전기차 안전 기능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모든 BMW 전기차에 탑재된 이 기능은 차량 스스로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배터리 온도, 잔존용량(SoC), 성능 최대치(SoH)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상이 감지되면 BMW 프로액티브 케어 팀이 즉각적으로 소유주에게 연락해 필요한 대처법을 전달한다. 아울러 주기적인 무상 점검 AS 서비스를 진행하고 99.5%의 순수전기차 관련 리콜 이행률을 달성하는 등의 사후 관리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완충 제한’ 필요하다는 서울시에 대한 반대 입장
배터리 충전과 관련된 BMW코리아의 입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기차 화재 우려에 편승해 서울시가 내놓은 ‘전기차 충전 제한’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9일 기자 설명회를 열고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는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가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서울시는 “전기차 화재 특성상 정확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하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계속되는 완충에 가까운 과도한 충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을 제한하는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마진을 설정하는 것과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을 설정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목표 충전율의 경우 전기차 소유자가 언제든 설정할 수 있지만 자율적 의지에 맡길 수밖에 없어 90% 충전제한이 적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전기차 소유자가 요청하면 제조사가 현재 3∼5% 수준으로 설정된 전기차의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상향 설정하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제조사에서 90%로 충전제한이 적용됐다는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발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충전제한 인증서를 관리사무소에 제출하거나 자동차에 붙이는 방식 등으로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9월부터 먼저 서울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를 대상으로 충전율을 80%로 제한하고, 향후 민간사업자 급속충전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올해 10월까지 서울시 건축물 심의 기준을 개정, 신축시설의 경우 전기차 충전소 지상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주차장의 최상층에 설치하도록 명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충전율 화재와 무관”
이 같은 서울시 정책에 현대차그룹도 직접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는 100% 충전해도 안전하다”며 “전기차 화재 발생은 충전량과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완충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으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하며, 운전자가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충전량은 총 3개의 마진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3단 마진을 적용한 것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게 아니라 배터리 수명 확보가 목적이다. 배터리 안전설계에는 첫째로 배터리 제조사에서 설정하는 마진이 반영된다. 예컨대 NCM 배터리의 경우 g당 최대 275mAh 정도까지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으나, 배터리 제조사는 이보다 낮은 g당 200~210mAh 수준만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둘째로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일부 사용 가능 용량을 마진으로 남겨둔다. 즉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충전량 수치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각각 설정한 마진을 제외한 상태로 안내된다.
마지막으로 BMS가 사용 가능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 과정에도 일부 제외되는 용량이 있다. 가령 배터리 셀들의 전압에 편차가 생길 경우, BMS는 셀 사이의 전압 편차를 줄이기 위한 셀 밸런싱 제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적은 용량이 남은 셀을 기준으로 전체 충전 가능 용량을 재산정해 안전한 사용 용량 이상의 활용을 방지하고, 동시에 추가적인 용량 마진을 확보한다.
이렇게 산정돼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100% 충전량은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완료한 구간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재 100% 충전을 넘어 과충전이 발생하면 전해액 분해 반응과 양극 구조 변경 등에 의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대차는 자사 BMS 기술이 이를 정밀하게 제어해 사전 차단하기 때문에 과충전 가능성은 없다고 소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15년 이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BMS는 다중안전 체계를 바탕으로 총 3단계의 과충전 방지 기술이 적용돼 있어,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과충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배터리 화재 발생 원인은 충전량과 관계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발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