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계속 오르면 금리 올릴 수도” 부동산 과열 경계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지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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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환 금통위원 "주택 가격 문제 심각" 경각심 표출
한국은행, '부동산 과열' 근거로 7·8월 기준금리 동결
집값·가계부채 나란히 상승곡선, 정부 규제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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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년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신성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통화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금리 인하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부동산 시장이 한은 기준금리 조정의 ‘척도’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한은, 집값 상승세에 주목

신 위원은 3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택 가격 문제가 좀 심각한 것 같다”며 “모멘텀이 더 강해지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발언했다. 그는 “집값이 이미 버블 영역으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며 “집값이 소득 대비 더 올라가 버리면 금융시장에 안정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 위원은 “금융당국의 여러 조치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나”라고 짚었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이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물가 안정)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 안정 등을 봐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총재의 발언은 ‘기준금리 조정 시기를 결정할 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사실상 신 위원의 발언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7·8월 기준금리 줄줄이 동결

실제 치솟는 집값은 지난 7월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30일 한은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 역시 최근 여야 국회의원의 연구 모임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 포럼 창립총회’에 강연자로 나서 “여러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집값이나 물가가 올라 이번(8월 금통위)에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못 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재차 금리 동결을 택하고, 11월에 접어들어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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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과열’

문제는 한은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떠오른 집값이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마지막 주 대비 0.21% 뛰었다. 앞서 서울 아파트값은 3월 넷째 주(0.01%) 상승세로 돌아선 후 오름폭을 키우면서 지난달 둘째 주(0.32%)엔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 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임차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서울 전체 상승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가계부채 역시 주담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9,115억원 폭증했다. 이는 5대 은행이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정부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도입했다. 해당 규제는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가산금리를 기존 0.75%포인트(p)에서 1.2%p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요 금융사 역시 자체적으로 주담대 규제 정책을 내놓으며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각종 금융 규제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은 ‘집값 잡기’에 번번히 실패해 왔다”며 “기준금리가 집값 조정을 위한 정책 도구로 활용되는 현 시장 구조에서 규제가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금융 규제 강화보다는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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