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발표, 배터리 인증제 10월 조기 시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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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전기차 화재 사고에 국민 불안 가중, '전기차 포비아' 신조어 확산하기도
안전 대책 내놓은 정부, 2025년 2월로 예정돼 있던 배터리 인증제는 조기 시행 방침
중고 전기차 가격 급락, 벤츠 EQE 350+ 모델은 신차 가격 대비 44%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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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정부가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내년 2월 시행 예정이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범 형태로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에 정부서 안전 대책 마련

관계 부처는 6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배터리 용량과 정격 전압, 최고 출력 등이 공개되고 있는데, 셀 제조사와 형태, 주요 원료까지를 공개 항목에 추가한 것이다.

전기차 정기 검사 시 배터리 검사 항목을 대폭 늘리기도 했다. 현재는 고전압 절연을 검사하는데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 여부 역시 검사한단 방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 검사소까지 배터리 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확충시키고, 배터리 이력 관리제는 내년 2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자 책임도 강화한다.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선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해당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전 사업자에 대해선 화재 발생 시 실효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 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국내외 주요 제작사가 시행 중인 차량 무상 점검을 매년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도 개선해 화재 위험성을 사전 감지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제작사의 경우 BMS 안전 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 무료 설치를 추진하고, 이미 안전 기능이 설치된 차량은 무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1단계 주의(정비 필요) △2단계 경고(제작자 긴급 출동) △3단계 위험(소방 출동) 등으로 위험도를 구분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런 정보 제공에 동의한 자동차 소유주에 한해 내년 상반기부터 ‘3단계 위험’ 단계에 해당하는 경우 자동으로 소방 당국에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배터리 인증제 조기 시행

전기차 제작 시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도록 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의 경우 올해 10월로 앞당겨 시행한다. 이전까지는 제조사가 출고 전 자체적으로 배터리 안전성 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배터리 인증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가 내년 2월부터 정부의 안전 인증을 받아야만 전기차 출고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단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라는 신조어가 확산할 정도다. 이에 정부는 사전 인증제를 시범적으로라도 일찍 시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소방 장비 확충 등 화재 대응 능력 강화 △전기차 화재 신고·대응 매뉴얼 정비 △중장기적 전기차 화재 예방·대응 방안 마련 △충전 시설 안전성 제고 △지하 주차장 안전 관리 강화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화 등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이 중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화의 경우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6년까지 1년 미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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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전기차 가격은 이미 내림세

정부의 안전관리 대책 발표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배터리 인증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다만 중고차 업계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사이 중고 전기차 가격이 이미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운영사 첫차에 따르면 인천 화재 사고로 안전성 논란을 직격타로 맞은 벤츠 EQE 350+ 모델(2023년식 기준)의 중고 시세는 현재 5,000~6,000만원대로 형성됐다. 이는 전달 대비 3.4%, 신차 출고 당시 가격 대비로는 무려 44% 급락한 수준이다. 2021년식 벤츠 EQA 250 모델 시세 역시 전달 대비 2.7%, 신차 가격 대비 31% 하락했다.

중고 전기차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편인 테슬라 모델3의 시세도 2021년식 롱레인지 기준으로 전달 대비 6.0%, 신차 대비 40% 각각 내렸다. 기아 쏘울 EV의 시세는 전달과 비교해 4.3% 올랐지만 신차 가격보단 6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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