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세수 결손 전망에 부자 감세 비판까지, ‘감세 기조’ 견지하는 윤석열 정부의 속내는
지난해 세수 결손 약 56조원, 올해도 30조원가량 세수 결손 발생 추산
감세 정책 맹폭하는 정치권, 정부 측은 "감세에 따른 세수 결손 아냐"
수출 부진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한국, "내수 부양하려면 감세 정책도 필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대한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 사이에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윤 정부의 막가파식 감세 정책이 세수 결손의 원인이 됐단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부의 상정 범위 내에 있는 감세보단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부진 및 이에 따른 법인세 세수 감소가 세수 결손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시선에서다.
2024 세수 결손 30조원 내외 전망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올해 재추계한 세수를 공표하고 대응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치를 정확히 얼마로 추계해 공식화할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나, 시장에선 3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대로 가면 32조원 세수 펑크 예상이 되는 게 맞냐’는 질문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이로써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한 셈이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기존 세입예산안(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 적었다.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 도마 위로
정치권에선 연속적인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꼽는다. 그간 윤 정부가 재정 지출 증가를 강력히 억제하는 한편 감세는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온 탓이다. 실제 윤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예산에서 교육, R&D, 복지 등 지출을 대폭 삭감하거나 증액 폭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조세 정책에 대해선 재정을 줄이는 감세 기조를 유지했다. 윤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정책에 의한 감세 규모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법 개정안에 따른 감세 규모 역시 2028년까지 총 7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법인세는 5년간 13조7,000억원, 종부세는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거듭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정책 기조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반도체 등 세액 공제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임시세액공제 연장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 상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 감세 정책을 제출한 상태다. 이를 모두 합하면 감세 규모는 약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치권이 윤 정부의 감세 정책에 거듭 반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세수 결손 원인은 감세 아닌 수출 부진 및 경기 침체”
그러나 정부 인사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세수 결손 원인 자체가 법인세율을 낮춰서라든지 세법을 개정한 효과 때문이라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 세수 결손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고, 세제 개편에 따른 감소액은 이미 (세입 예산에) 반영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소액 자체도 2022년 세법 개정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리 크지 않다”며 “감세 정책에 따라 세수 결손이 났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감세 정책보단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부진을 세수 결손의 원인으로 보는 게 적합하단 의견이 적잖이 나온다. 지난해 법인의 부진이 예상보다도 심각했던 만큼 정부의 상정 범위 내에 있는 감세 정책보단 경기 부진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란 시선에서다.
당초 정부는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상저하고’의 경기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고, 이를 그대로 세입 예산에 반영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수출이 줄면서 기업들의 부진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경기 역시 ‘상저하중’ 정도의 흐름을 보이며 느리게 반등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코스피 결산 기준 상장기업 705개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96% 줄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지난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법인세 세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라며 “결국 경기 및 수출 부진 등 악재가 주요 대기업을 강타하면서 예상 대비 세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기만 해선 안 된단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은 근본적으로 수출 국가인 만큼 수출 경기 부진 하나에 기업의 실적 하락, 경기 침체, 세수 결손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결부된다. 수출 부진에 국가 시스템 전반이 민감한 상태란 의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내수 부양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감세를 통해 내수 부양을 촉진하겠단 정부의 구상을 허상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내수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감세 정책을 활용할 여지가 있단 점은 정치권에서도 초당적으로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