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동맹국 내 영향력 확대할 기회였는데” 한화오션, 호주 오스탈 인수 무산
한화오션,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에 인수 협의 중단 통지
韓 오커스 협력 가능성에 물살 탔던 논의, 오스탈의 무리한 요구로 '무산'
美 조선소 인수하며 오커스 동맹국 공략하던 한화, 새 기회 물색 예정
한화오션의 호주 조선·방산 업체인 오스탈(Austal)의 인수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안보동맹)’ 협력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우호적인 거래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 오스탈 측이 막대한 수수료 선납을 요구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장기간 이어지던 논의가 결렬된 것이다.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무산
25일 한화오션은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인수와 관련, 오스탈 경영진·이사회와 관련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고, 이를 상대방(오스탈)에게 통지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추진을 위해 오스탈 측과 지속적인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끝내 인수를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4월이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오스탈이 한화오션으로부터 10억2,000만 호주 달러(약 9,3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29일 기준 오스탈의 종가에 28.4%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당시 오스탈은 한화오션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DCSA) 등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우호적 시장 상황에도 논의 결렬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 5월 오커스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스탈은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오커스 동맹국 기업에만 매각할 수 있다”며 “당시 시장에서는 한국이 오커스에 합류하게 되면 동맹 우방국 개념이 확대되며 한화오션의 인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가 일었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한국 장관들과의 회담에서 한화그룹의 오스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6월 말스 장관은 “궁극적으로 이것(한화오션의 인수)은 오스탈의 문제고, 오스탈은 민간 기업”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한화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스 부총리의 발언 이후 오스탈은 한화오션의 현장 실사를 다시 허용했고, 거래는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논의 도중 오스탈은 한화오션 측에 500만 달러(약 66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선납을 요구하고, 한국 또는 호주의 승인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수수료를 한화에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화오션이 협상 중단을 통지한 배경이다.
미국-호주 ‘쌍방 공략’ 실패?
이에 업계는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결렬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를 타진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오커스 동맹국 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며 “(이번 인수 결렬 이후) 업계에서는 오커스 동맹 체제 안에 진입하기 위한 한화오션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6월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조선소 지분(100%)을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조선·방산업계 진출을 본격화했다.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Aker)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연안무역법(Jones Act, 존스법)에 의거해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업체다. 존스법은 자국에서 건조·개조되거나 미국에 해상 운송 권한을 등록한 선박,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 등만이 미국 연안을 운항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법안이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오스탈 인수 결렬이 호주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 존스법의 영향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필리조선소 인수 등이 필수적인 상황이었지만, 호주에는 존스법과 같은 강력한 규제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 검토는 중단하지만, 호주를 포함해 국내외에서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