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月 납입 인정액 상향에도 ‘무용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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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액 1,500만원, 10만원씩 12년→25만원씩 5년
다자녀·신혼부부 특공엔 납입액보다 기간·횟수 중요
높은 분양가·경쟁률, 전문가 "효과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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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에 월 25만원씩 5년 동안 꼬박꼬박 부을 경우 공공분양주택 당첨선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최대 월 10만원의 납입액으로는 1,500만원의 당첨선을 맞추는 데 12년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월 25만원씩 5년이면 가능해지는 것이다.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 월 10만원→25만원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1월부터 청약통장의 월 납입 최대 인정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한다. 현재는 청약통장에 가입하면 매달 최소 2만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저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주택 청약에서는 월 10만원까지만 납입액으로 인정해 저축 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통상 공공주택 청약에서 당첨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약 1,500만원의 저축 총액 요건을 채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월 최대 납입 인정액인 10만원을 매달 내더라도 12년을 꼬박 채워야 했다. 일례로 역대 공공분양주택 가운데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였던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의 당첨자 청약통장 저축 총액은 2,500만원에 달했다. 이 경우 월 10만원씩 21년 이상 납입해야 당첨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는 11월부터는 월 최대 인정액인 25만원을 매달 청약통장에 납입할 경우 이 같은 인기 공공주택 청약 당첨선에 도달할 수 있는 기간이 기존 21년에서 10년으로 줄어든다. 특히 공공분양주택 당첨을 위한 유형별 전략으로는 공공분양‧국민주택 가운데 노부모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을 노릴 경우 월 납입 인정액이 중요하기 때문에 월 25만원씩 납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공공분양주택 다자녀·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청약통장에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서 납입 횟수만 충족하면 되는 만큼 매달 25만원씩 부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국토부는 인정액 상향과 함께 선납금 제도도 도입한다. 매월 청약통장에 저축하지 않았더라도 저축 총액을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제도다. 최대 5년 치인 600만원을 미리 납입하면 5년 뒤 저축 총액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월 납입급을 선납한 가입자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은행에 방문해 상향액을 다시 납입하면 된다. 오는 11월 1일 이후 도래하는 납입 회차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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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가입자 1년 새 35.8만 명 감소

정부의 이번 상향 조치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에 따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545만7,228명으로 전월(2,548만9,863명) 대비 3만2,635명이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말(2,561만3,522명)에 비해 15만6,294명, 지난해 8월(2,581만5,885명)과 비교하면 35만8,657명이 줄어든 수치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19개월 연속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들어 정부의 청년주택드림 등 지원 정책의 효과로 3월까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4월부터 5개월 연속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가입자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약통장으로 집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통장의 가점 최대 만점은 84점으로 만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양가족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두 명 모두 인정받을 수 없으며,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부터 산정해 중년층이 돼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즉 만점은 본인 포함 7명의 대가족이 15년간 무주택 상태여야 가능한 점수다. 이처럼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청약을 포기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생애최초 주택자금대출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

공급감소·고분양가 지속 등 청약 무용론 확산

공급이 줄어 당첨확률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3년 전국에서 아파트 청약을 넣은 인원은 132만6,157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당첨자는 11만148명이다. 당첨 확률이 8.3%로 10%에도 못미친다.

고공행진하는 분양가도 청약통장 가입자수 감소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14억원을 훌쩍 넘는다.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 조달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 현시점에서는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졌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치솟는 분양가 문제부터 해결하지 못한다면 ‘청약통장 무용론’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미분양이 넘치는 지방에서는 분양이 진행되지 않는 반면 고급화를 내세운 강남권 단지들이 대거 분양을 진행하고 있어 더욱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급등하고 있는 분양가를 잡지 못한다면 납입액 한도 상향 정도로 청약통장 해지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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