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법 진행’ 강조한 금감원장, SM엔터 사태 의식한 듯
경영권 분쟁 '시장 자율' 언급한 이복현 금감원장에 MBK "전적으로 공감한다"
불법행위에 대해선 '즉각 개입' 시사, "무관용 원칙 적용해 엄정히 조치할 것"
원아시아 펀드 87% 출자한 고려아연, SM엔터 사태와의 관계성에 '시선 집중'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금융감독원의 ‘상장회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당부 사항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쟁이 과열되지 않는 한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단 의사를 내비친 당국 측에 환영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복현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30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금감원의 당부 사항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며 “국내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 MBK는 부원장 회의를 통해 전달된 당부 사항들을 유념하고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목적은 최대 주주의 경영권을 공고히 함으로써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일반 주주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원장 회의에 참석해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의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으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런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개매수 건에 대한 형식적인 당부를 언급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금감원이 개입하지 않겠단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행위 적발 시엔 ‘엄벌’ 강조
다만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각 개입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할 것”이라며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강한 어조의 경고성 메시지를 함께 남긴 건,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사태로 경쟁 과열에 따른 폐해를 한 차례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식을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해 매집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구속된 상태다. 결국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하여금 SM엔터 사태가 재현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SM엔터 사태-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부
한편 최근 업계에선 고려아연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관계성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2019년 처음 설립된 원아시아는 고려아연으로부터 전체 펀드 약정액의 87%를 출자받으며 중형 운용사로 성장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원아시아가 지난해 말 기준 결성한 8개 펀드 가운데 고려아연이 90% 이상 출자한 펀드는 △코리아 그로쓰 제1호(94.64%) △저스티스 제1호(99.20%) △탠저린 제1호(99.38%) △그레이 제1호(99.64%) △하바나 제1호(99.82%) 등 총 5개다. 이들 펀드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단일 출자자(LP)로 참여한 셈이다.
문제는 해당 자금 중 일부가 SM엔터 인수전 당시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단 점이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중학교 동창이자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이룬 것”이라며 “원아시아 펀드에 투자한 약 5,600억원(6월 말 청산되지 않은 펀드 기준)은 고려아연 한 해 인건비 총액의 1.4배”라고 지적했다. SM엔터 사태를 고려아연에 대한 압박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사실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SM엔터 인수 사태가 결부돼 진행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