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왜 욕해요” 韓 청소년 문해력 저하 문제 심각, 정부 대책은 ‘미적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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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10명 중 9명, 학생들 문하력 저하됐다고 느껴
한국 청소년 PISA 읽기 성적, 과거 대비 눈에 띄게 하락
정부 차원의 문해력 제고 대책 필요성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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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체감하는 학생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등에서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상황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혼란이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에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해력 제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청소년 문해력 부족에 교육현장 ‘혼란’

7일 교총이 제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하냐’는 질문에 교원 91.8%는 “저하됐다”(저하 53%, 매우 저하 39%)고 응답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절반에 육박(48.2%)했으며,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응답한 교원의 비중은 30.4%에 달했다.

학생의 문해력이 부족해 당황하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는 문항(서술형)에는 5,000여 명 이상의 교원이 실례를 들어 답변했다. 교원들은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 ‘왕복 3회라고 했는데 왕복을 이해 못함’, ‘고1 학생도 혈연이 뭔지 모름’,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함’, ‘체험학습 계획표 중식 안내를 보고 짜장면 먹냐고 물음’,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 못하는 친구가 90%’ 등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교원들은 학생 문해력이 저하된 원인으로 가장 먼저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꼽았다. 그 뒤를 독서 부족(29.2%)과 어휘력 부족(17.1%),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등이 이었다. 문해력 개선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를 선택한 교원이 가장 많았다. 이어 어휘 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등 순이었다.

각종 평가 결과도 ‘빨간불’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해력 문제는 각종 평가 결과에서도 부각된다. 특히 OECD가 주관하는 ‘PISA’의 최근 평점 추이는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다. PISA는 OECD가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성취도를 확인하기 위해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평가다.

앞서 2006년 실시된 PISA ‘읽기’ 평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556점의 평점을 기록, 조사 대상국 중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가장 최근 81개국(OECD 37개국) 대상으로 실시된 PISA 2022 평가를 통해 산출된 읽기 평점은 515점에 그쳤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18년(514점)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이지만,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6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2022년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14.7%에 달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에서도 청소년 문해력 수준 저하가 확인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82.9%에 달했던 중학교 3학년생의 국어 과목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지난해 61.2%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 2학년생의 국어 과목 보통 학력 이상 비율도 77.5%에서 52.1%로 눈에 띄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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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해력 제고 앞장서야”

한국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 전문가는 “우리나라 정부가 내놓은 문해력 제고 정책은 2024년도 초등학교의 국어 교과 시수를 소폭 조정한 것이 전부”라며 “(우리 정부도) 주요국의 전례를 참고해 구체적인 문해력 교육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는 국민 문해력 제고를 위해 각종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미국은 급변하는 리터러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 환경에 맞춰 교육 정책을 설계·추진 중이다. 텍사스·플로리다·뉴저지·델라웨어 등 18개 주정부(2022년 기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준을 수립하며 미디어 소비자가 뉴미디어·소셜미디어 등을 비판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21세기 버전’ 문해력을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에 대한 법률’ 제정을 통해 학교에서의 아침 독서를 적극적으로 권장, 청소년의 독서량 늘리기에 나섰다. 그 결과 초등학생의 월평균 독서량은 법을 제정할 당시인 2001년 6.2권에서 2022년 13.2권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중학생 독서량은 2.1권에서 4.7권으로, 고등학생은 1.1권에서 1.6권으로 각각 증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PISA 평가에서 일본의 읽기 수준은 2018년 15위에서 2022년 3위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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