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가격 급등하자 유통마진 삭감’ 공정위, 교촌치킨에 과징금 2.8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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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전용기름 유통마진 '0원'으로 일방적 조정
공정위 "거래상 지위 부당이용", 과징금 철퇴
교촌 "협력사 동의, 불공정행위 아냐", 업계 "갑질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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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교촌에프앤비에 지난 2021년 협력사와의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교촌은 본사와 가맹점에 공급하는 협력사가 폐식용유 수거를 통해 추가 이익을 얻었다는 이유로 공급마진 인하를 정당화했지만, 사실상 협력사에는 반발할 여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를 갑질행위로 평가했다.

일방적 마진 인하로 협력사 7억원대 손실

14일 공정위는 교촌에프앤비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8,3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는 치킨 전용 튀김유를 가맹점에 공급하기 위해 협력사 2곳과 연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전용유 가격이 급등하자 2021년 5월부터 12월까지 당초 약정한 유통마진을 캔당(18ℓ) 1,350원에서 0원으로 일방적으로 인하했다.

이에 대해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주의 이익을 개선하려는 정책으로 본사는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기존 마진을 유지하면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협력사의 마진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교촌에 따르면 2021년 5월부터 교촌이 매입한 전용유 가격은 캔당 3만3,000원으로, 전년도 거래가(2만6,125원)보다 26% 인상됐다.

교촌의 기대처럼 가맹점주의 이익은 일부 개선됐다. 가맹점들은 2016년부터 협력사로부터 판매가격에 10%를 더한 금액으로 전용유를 구매해 왔는데, 협력사의 공급마진이 없던 2021년 5월부터 12월까지도 동일한 방식으로 사들였다. 2021년 10~12월 협력사의 판매가격은 4만364원으로, 기존 공급마진(1,350원)을 더하고 10%를 얹었다면 4만5,885원에 구매했어야 했지만 가맹점의 구매가는 4만4,400원으로 캔당 약 1,485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반면 협력사들은 약 7억1,542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협력사들은 2016년부터 가맹점에 10%의 판매마진을 부과해 왔으나, 2021년 5월 이후 공급마진이 0원으로 줄어들었음에도 판매마진 비율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협력사의 유통마진이 감소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교촌에프앤비의 유통마진은 오히려 소폭 증가해 거래 조건이 불리하게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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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 “협력사도 동의한 사안”, 업계 “명백한 갑질”

이에 교촌에프앤비는 협력사의 폐식용유 수거이익이 새 식용유 공급이익보다 상승함에 따라 해당 업체에서도 높아진 폐유 수거이익을 감안해 새 식용유 공급마진 조정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치킨을 튀긴 후 남은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되며, 정부가 자동차용 일반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 바이오디젤을 섞어 사용하도록 하면서 폐식용유의 수요와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명백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폐유 수거이익이 새 식용유 공급이익보다 커졌다는 점은 공급마진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근거가 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교촌치킨에 납품하는 전용유에서 폐유가 약 30% 발생하는데, 협력사들은 이 폐유를 본사 개입 없이 자체 유통망을 통해 사들여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폐유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교촌이 2021년 5월부터 12월까지 일시적으로 공급마진을 0원으로 책정하고 이후 다시 공급마진을 보장한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폐유 가격이 바이오디젤 정책 시행 이후 상승해 2021년 캔당 2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만원대 수준”이라며 “캔당 최저마진(1,000원)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폐유 수익이 있다고 유통마진을 없앤 것은 협력사에 대한 갑질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촌의 ‘쌍방합의’ 주장 역시 협력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촌은 협력사들과 최소 유통마진 보장과 연 단위 계약 갱신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2021년 5월 연간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유통마진을 0원으로 인하한 변경계약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 프랜차이즈 기업 임원은 “변경계약서 교부는 사실상 통보며, 협상 과정에서 협력사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로부터 수차례 제소도

교촌이 협력사 및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지위 남용 행위를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엔 가맹점에 특정 해충방제업체와 거래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고 2018년에는 창업주인 권원강 당시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6촌 동생인 권모 상무가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갑질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으로 2019년 3월 권 회장은 회장직에서 사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9년 4월에는 점포 리뉴얼비를 가맹점에 부당하게 강요한 뒤 비용 분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인천의 한 가맹점주에 의해 제소당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보고 교촌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후 교촌 관계자는 “착오로 일부 미지급한 것으로, 공정위 경고를 받은 후 비용을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2021년 3월엔 가맹점 인근에 교촌이 직영으로 신규 매장을 개설하며 영업지역을 침해한 의혹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2021년 공정위에 교촌을 제소한 가맹점주 A씨는 “2020년 12월 교촌에프앤비가 우리 매장으로부터 약 900m 떨어진 곳에 약 100평 규모의 직영점을 열면서 배달지역이 겹치게 됐고, 새 매장이 들어선 동네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이에 먼 거리까지 배달을 갈 수밖에 없게 돼 올해 1월 배달인원을 1명 더 채용하고 오토바이도 1대 더 구매하는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3년 전 매장 확장 이전을 하면서 지역 책임자와 구두상으로 주변에 추가 매장이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책임자가 직영으로 매장을 내면서 뒤통수를 맞게 됐다”며 “가맹점도 아닌 직영점이 기존 매장 가까이에 들어선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고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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