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강화된 ‘미일 군사 동맹’의 향방은?

160X600_GIAI_AIDSNote
‘연합 사령부 설치’로 미일 안보 동맹 강화
일본 ‘지역 안보 리더’ 역할, 미국이 인정한 결과
트럼프 2기 출범 시 미국 주도 군사 동맹 와해 우려도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위협과 긴장 고조에 대응해 미국과 일본이 군사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일본 내 연합 사령부(joint forces headquarters, JFHQ) 설치로 더욱 단단해진 미일 군사 동맹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위협, 러시아-중국-북한 간 협력 강화에 대처하기 위한 양국 간 ‘통합 방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동시에 일본이 지역 안보에서 주도적인 역할로 부상했음을 입증하는 성과이기도 하다. 이제 동맹의 미래는 통합을 강화하고 지역 안정을 유지하려는 양국 새 정상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US Japan Alliance_PE_20241024
사진=동아시아포럼

미-일 군사 동맹 강화, 주일 미군을 ‘연합 사령부’로 승격

올해 7월 열린 연례 ‘안보 협의 위원회’(Security Consultative Committee, ‘2+2’ 외교 및 국방 장관급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새로운 국방 전략 실행에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조치는 주일 미군을 연합 사령부로 승격해 작전권 범위를 넓힌 것으로, 5만 5천여 명의 주일 미군 병력에 대한 작전 지휘권이 하와이의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ific Command) 산하에서 새로 설립된 연합 사령부로 이관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지휘 통제하에 있었던 양국 군사 동맹이 보다 수평적이고 통합적인 안보 협력으로 변모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새로운 연합 사령부는 미일 합동 군사작전의 일상적 협력과 조정을 강화해 미국이 지향하는 ‘통합 억지 전략(integrated deterrence strategy)을 더욱 진전시킬 전망이다. 아울러 일본 자위대(Japan’s Self-Defense Forces)와의 협조 체계를 간략화해 ‘미국-일본 상호 협력 및 안보 조약’(US–Japan Treaty of Mutual Cooperation and Security) 하의 군사 작전에 대한 우선적 책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 전환은 지역 안보에서 점차 책임 있고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려 하는 일본에도 상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미일 군사 동맹의 진전은 지난 4월 초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Kishida Fumio) 일본 총리가 양국 간 협력을 ‘글로벌 안보 협력’(global security partnership)으로 선언하면서 예상된 결과였는데, 일본으로서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의존 입장에서 보다 수평적인 국방 동맹으로 옮겨가는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평화주의 정책 내려놓고 ‘지역 안보 책임자’ 자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 책임하에서 일본의 방위 전략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견지하던 평화주의 정책을 점차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강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국방 예산 증액, 2022년 국가 안보 전략에 명시된 장거리 미사일 도입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일본은 국내 생산 무기 체계의 수출까지 개시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로 줄어든 비축량을 채워주기 위해 미쓰비시(Mitsubishi)사가 만든 패트리어트(Patriot) PAC-3 미사일 시스템을 미국에 제공했다.

여기서 강화된 군사 협력의 단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첨단 ‘공대공 미사일’의 공동 개발일 것이다. F-35 전투기 무기 체계 강화를 위한 이 개발 시스템은 양국 간 협력이 국방 산업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양국은 중국, 북한, 러시아로 인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상황 변화에 대응해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까지 포함한 전쟁 억지력 확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다양한 다자간 협력 체제 참여를 통해 지역 안보 협력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Abe Shinzo) 전 총리 산하에서 시작된 아시아 안보 역할 강화 방침에 따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쿼드(Quad,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에서도 적극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또한 한국, 미국과 함께하는 3자 간 안보 협력에 참여하고 AUKUS(Australia,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호주, 영국, 미국 간 3국 안보 동맹)와 국방 기술 협력을 진행함으로써 지역 안보 네트워크의 중심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군사 작전 들러리’,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 우려 목소리도

미일 군사 동맹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 전략의 중추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협력 관계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일본 내에 있다. 특히 대만 및 북한 관련 비상 상황 발생 시 일본이 미국의 군사 작전에 휘말려 원치 않는 개입에 이를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미국 군사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일본의 지역 안보 중심 역할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존재한다.

이에 이시바 시게루(Ishiba Shigeru) 신임 일본 총리는 미국과의 ‘비대칭적 양자 관계(asymmetric bilateral relationship)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일 동맹에서 일본을 보다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 줄 것과 미일 동맹과 AUKUS를 NATO와 같은 아시아 지역 집단 안보 체제로 확대 전환하고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시바 총리의 기대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일본의 군사 작전이 대부분 미군과 분리되어 있는 데다, 주한 미군과 같은 연합 사령부로의 완전한 통합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해리스냐, 트럼프냐’에 군사 동맹 향방 달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강화된 미일 군사 동맹은 중국을 비롯한 지역 적대국들에 양국의 지역 안보 수호 및 안보 위협 대응의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 사령부 신설이 상징하는 양국 간 군사협력 시스템 강화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 북한, 러시아의 도발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것임에 틀림없다.

동시에 일본은 지속적인 군비 증강과 지역 안보 협력에서의 역할을 통해 동아시아 및 남중국해의 평화 유지와 대만 자주권 수호를 위한 핵심 위치에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대만 해협 갈등과 북한 미사일 도발 등 돌발 상황 발생 시 우선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부담 역시 떠맡게 됐다.

이제 군사 동맹의 향방은 양국의 새로운 지도자와 그들의 의지에 달려 있는데,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통해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당선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기초를 놓은 통합과 협력의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군사동맹 와해 우려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문의 저자는 세바스찬 매슬로우(Sebastian Maslow) 도쿄대학교(University of Tokyo) 부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at the upgraded US–Japan alliance means for Indo-Pacific securit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