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시늉만 하나” 취준생 10명 중 6명은 ‘소극적 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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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2024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올해도 채용한파 “작년보다 취업 어렵다” 36.5%
취준생 60%는 '소극적 구직 상태', "더 준비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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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 이상이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대다수의 청년이 구직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가운데 ,취업을 포기하고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청년층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35명 중 748명은 소극적 구직 상태

2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졸업생 2,9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이상 및 졸업생 1,235명 중 60.5%(748명)가 소극적 구직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극적 구직의 형태로는 ‘형식만 갖춘 의례적 구직’이 30.9%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23.8%), ‘쉬고 있음’(5.8%) 등 순이었다.

적극적으로 구직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46.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공 분야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18.1%)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14%) △적합한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10.1%)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5%는 올해 신규 채용 시장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느꼈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나타난 응답 비중(30.3%)보다 6.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작년보다 취업 시장이 좋다’는 응답 비중은 3.2%에 그쳐 작년 조사(3.6%)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경력직 선호에 따라 신입 채용 기회 감소’(27.5%)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그다음으로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3.3%), ‘실무 경험 기회 확보의 어려움’(15.9%) 등을 꼽았다. 예상되는 취업 준비 기간으로는 ‘6개월 이상’이 67.6%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30.5%, ‘1년 이상 2년 미만’이 28.2%, ‘2년 이상’이 8.9%였다.

응답자들은 취업난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로 ‘규제 완화 등 기업 고용 여건 개선’(26.4%)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진로 지도 강화, 현장실습 지원 확대 등 미스매치 해소’(21.9%), ‘정규직·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18.2%) 등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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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고용노동부

의례적 구직 활동만 해도 수당 지급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의례적 구직 등 소극적인 구직 활동의 원인을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찾는다.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한국형 실업부조’라는 명목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와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1유형과 2유형을 나눠 각각 촉진수당과 취업활동비용을 6개월간 지원한다. 1유형인 구직촉진수당은 구직 중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하는 수당으로,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부양가족이 있다면 1인 10만원씩 월 최대 4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2유형은 ‘취업활동 비용’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지원받는다. 직업훈련 기간 동안 생계부담 완화 차원에서 월 284,000원을 최대 6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취업지원 서비스는 1년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계속 참여의 필요성이 있을 때 6개월 내에서 연장 가능하다. 아울러 취업지원 기간 종료 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을 경우 취업 정보, 취업지원 등을 3개월 더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취업에 성공한 경우 근속 기간에 따른 취업성공수당을 최대 15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이처럼 의례적인 구직 활동만으로도 돈이 나오니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눈먼 돈에 혈세 낭비

이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변질된 모습이다. 그동안 수혜자 확대에 치중해 막대한 예산 불용을 초래해 왔던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일부 구직자에겐 용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취업 취약계층의 원활한 취업을 위해 마련된 정책이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는 국민청원이 나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죽어라 세금을 내고, 일 안 하는 사람들은 쉽게 50만원씩 수급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형평성 면에서도 한참 어긋난 것으로, 시급히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구직지원금이 실제로 구직활동에 쓰이지 않고, 취지에 맞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도 이를 검증·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고용부는 현금이 아닌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하는 만큼 유흥이나 도박 등에는 사용될 수 없다고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품 및 서비스 구매를 막거나 이를 점검할 방법이 없다.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지원 대상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있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사실상 배제된다. 졸업·중퇴 후의 기간이 길고, 유사한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 지원 대상으로 먼저 선발된다. 고용부는 더 많은 청년들을 취업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로 구직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한 청년일수록 사실상 지원받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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