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객 모셔라” 중국, 9개국 대상 무비자 입국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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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 대상 일방적 무비자 정책
항공사 노선 확장-여행사 상품 라인업 확대
자유 여행 선호 2·30대 관광객 증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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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하면서다.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는 이번이 처음으로, 여행 업계에서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호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중국 내 비즈니스와 여행 장려”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과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의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내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되며, 해당 9개국 일반 여권 소지자가 여행 및 관광, 비즈니스, 친지 방문 등 목적으로 중국 입국 시 최대 15일 동안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한국인들이 비자 없이 중국을 방문할 길이 열린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무비자 시범 정책 적용 국가를 순차 확대해 왔다. 현재 중국과 상호 비자 면제 협정을 맺은 국가는 태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에콰도르, 조지아 등 24개국이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비자 면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20개국이 있다.

이번에 한국과 유럽 8개국이 추가되면서 일방적 무비자 대상 국가는 29개까지 확대됐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과 외국인의 왕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무비자 입국 적용 국가 범위를 확대한다”며 그 배경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8월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대상에 포함된 미국과 일본은 이번 무비자 정책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한국 국민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 수수료를 25% 인하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비자 면제 조치까지 시행하면서 양국의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스웨이 중국 저장사범대학 초빙 연구원은 “중국과 한국의 항공사들이 노선 확장에 한창인 가운데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연말·연초 한중 여행 수요가 몰릴 전망”이라며 “한국인들의 중국 내 비즈니스와 여행을 장려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연차 소진-겨울 방학, 여행 성수기 목전

국내 여행 업계는 중국의 이번 조치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비자 발급 수수료 인하 당시를 능가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의 여행 특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 동남아시아와 함께 한국인 여행객의 비중이 큰 지역으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435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연말·연초는 대대적인 여행 성수기로 꼽힌다. 직장인들의 남은 연차 소진과 학생들의 겨울 방학이 맞물리며 여행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 수는 652만116명으로, 3분기(626만4,250명)보다 4%가량 많았다.

이에 여행사들은 발 빠르게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그간 중국 여행을 미뤄오던 관광객들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윤우 모두투어 매니저는 “이번 깜짝 무비자 발표로 중국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당사는 동계 시즌 중국 인기 여행지로 꼽히는 샤먼(하문), 쿤밍(곤명), 리장(여강) 등과 2박 3일 정도의 가벼운 일정으로 떠날 수 있는 칭다오(청도), 다롄(대련), 상하이(상해) 등 다양한 여행 상품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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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운남성에 위치한 곤명 대관루/사진=중국문화관광부

‘비자 장사’ 중단한 중국, 자유 여행객 증가 기대

비자 발급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여행을 망설이던 관광객들에게도 중국 외교부의 이번 결정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필요한 비자는 단수(일회용)라고 해도 6만원의 비용과 통상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사례까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비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팽배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 비자 거절당하지 않는 법’ 등의 글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들 게시물에는 신청서 작성 방법, 신청 후 행동 요령과 함께 비자 발급 거절 사례 등이 나열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정보, 가족 사항 등 개인 정보 상세히 기재 △신청서 제출 후 걸려 오는 확인 전화 무조건 받을 것 △구체적인 목적지 기재 △규격에 맞는 사진 준비 등이다. 하지만 제시된 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출신 지역, 이전 중국 방문 여부 등을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절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같은 절차상 복잡함과 불확실성 탓에 중국을 찾는 관광객은 비자 발급을 비롯한 여행 준비 일체를 대행해 주는, 이른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연령대 역시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회복세가 가장 더딘 곳으로 꼽혔다”며 “장자제(장가계), 백두산 등 자연 풍경구 중심의 수요 회복세를 보였지만,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체 여행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는 2·30대 젊은 관광객 또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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