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강점인 K-방산, 수출 전 국회 동의 구하라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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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미국 제외 모든 국가 해당
전쟁 국가에 무기 수출 차단 의도
통과 시엔 납품 일정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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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내 방산 업체가 무기 등을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들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납품 일정 지연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통제권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김병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방산 업체의 방산물자 수출을 허가하기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국회에 수출 허가 동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비공개 심의 후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로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제시한 개정안에는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국가 외의 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는데, 한국이 맺은 안전 보장 관련 조약은 미국과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결국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방산물자를 수출할 경우 이 개정안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물자 수출 허가는 1년에도 수백 건씩 이뤄지는데, 그 모든 허가를 검토할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미 의회보다 우리 국회의 방산 수출 통제권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현행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대통령은 대외 군사 거래에 대해 의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한다”며 “미국 의회의 경우 ‘무기 거래 비승인 공동 결의안’을 채택하면 정부가 수출허가서를 발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 통제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경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방산 수출은 모든 수출이 아닌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진행된 계약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 방산 업체의 무기나 장비를 우방국에 수출하는 정부 간 직거래 계약을 의미하는 FMS는 통상 직접상업판매(DCS)보다 작은 규모로 이뤄진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2,380억 달러(약 332조원)로, 이 가운데 FMS는 809억 달러(약 113조원)어치에 그쳤다.

“남의 전쟁에 무기 지원, 있을 수 없어”

일각에선 최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의 정책과 이념이 이번 개정안 추진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 등 전쟁 중인 국가로 빠져나가는 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문제를 두고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면 전쟁에 끼어드는 것과 같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전쟁을 획책한다며 이처럼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 온 민주당이지만,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남북한 군사 불균형을 불러올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최첨단 군사기술 등을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제 전투 경험까지 고려하면 북·러 밀착 거래가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어 무조건적 무기 수출 차단으로는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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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적시 수출’ 관건인 글로벌 방산 시장

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우리 방산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공급 능력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의 공급 능력과 비교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2022년 7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에서 1차분인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8문을 납품하는 데는 불과 4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당시 독일과 한국을 두고 수입처를 고민하던 폴란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산이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 “그야말로 입법부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지연시키기 위한 정부의 협상 카드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무기 수출까지 막아섰다는 비판이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방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시 수출 승인(허가)이 관건”이라고 짚으며 “정치권의 역학 관계나 국회 일정 등일 이유로 납품 일정이 지연되면 종국엔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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