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개인파산은 옛말, 빚 못 갚아 파산 신청한 임대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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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 신청 10.6%는 10억원 초과 채무
10명 중 8명은 50대 이상 중장년층
투자 수익률 낮아지며 임대인 대출 상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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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을 초과하는 빚을 진 고액 채무자들의 파산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 신청자가 급증함에 따라 그 유형 또한 매우 다양해진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의 불황이 그 배경으로 지목돼 눈길을 끈다.

채무총액 평균값 4억원 ‘훌쩍’

6일 서울회생법원이 공개한 ‘2024년 개인회생 및 파산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사건 중 채무 총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채무자의 비율은 10.68%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6.08% 수준에서 2022년 6.5%, 2023년 7.17% 등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올 상반기 채무총액의 평균값 또한 4억3,320만원을 기록하면서 3년 2021년 상반기 2억3,944만원과 비교해 2배가량 뛰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채무자의 개인파산 신청이 77.1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60대 이상이 49.6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27.55%로 뒤를 이었다. 20대 이하는 2.09%에 그쳤고, 30대와 40대는 각각 5.21%, 15.51%로 집계됐다. 이는 30대 이하 채무자들의 경우 비교적 구직 활동이 용이하다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파산보다는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회생은 단기간 채무를 감당할 수는 없지만, 소득은 있는 채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은퇴 등을 이유로 고정 소득이 없는 노년층은 채무를 갚은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개인회생 대신 파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

파산 신청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과거에 파산을 신청했거나 이미 파산 면책을 받은 채무자가 다시 법원을 찾는 재파산자도 증가세를 보였다. 2021년 5.52% 수준이던 재파산자는 2022년에는 6.5%, 지난해 6.71%로 꾸준히 늘다가 올해 상반기 9.78%를 기록했다. 전체 개인파산 10건 중 1건은 재파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파산자 대부분은 생계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많다”며 “이전에 면책 결정을 받은 채무자는 신용정보가 보관돼 있어 대출이 어려운데, 이들 중 일부는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하다가 함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액 채무자가 늘면서 개인파산 신청자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높은 소득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가 거액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법원을 찾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사무실과 상가 등 상업용 건물을 매입한 임대인들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한 도산 전문 법조인은 “예전엔 재산이 적고 빚도 많지 않은 채무자들이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다가 거액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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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오피스 줄줄이 외곽행

임대인들의 난감한 상황은 높은 공실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 업체 알스퀘어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9%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0.3%p 상승한 수치로, 소폭이지만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공실률이 증가하며 임대료 상승세는 둔화했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 3.3㎡당 명목 임대료는 97,000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공실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은 광화문과 시청 권역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도심권역의 3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3.1%로 전 분기 대비 0.5%p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이 임차해 있던 초대형 빌딩의 공실률은 0.7%p 상승한 2.5%로, 서울 주요 권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컨설팅 실장은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본사 이전을 계획하는 임차사들의 임대 전략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으로 몰린 소비자들, 오프라인 상가 ‘텅텅’

상가 임대차 시장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상가 수요가 줄고, 신도시에서까지 상가 공실률이 치솟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수도권 주요 신도시의 집합 상가 공실률은 남양주 다산 14.5%, 김포 한강 8.9%, 하남 미사 6.1%, 위례 5.7% 등으로 나타났다. 주상복합 용지의 경우 10% 이상을 반드시 상업 시설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상가 분양에 실패하거나 임차인을 찾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곤 한다.

공실률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임대인들의 투자 수익률도 낮아졌다. 3분기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오피스 1.41%, 중대형 상가 0.92%, 소규모 상가 0.80%, 집합 상가 1.20%로 오피스, 상가 모두 직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높은 공실률과 운영 경비 증가, 재산세 부과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은 “상가 통합 임대가격지수가 지난해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뚝섬, 용산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관광객 유입에 따른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존 상권은 유동 인구 분산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인해 상권 침체가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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