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공인회계사 정원 1,250명 과도, 10% 이상 대폭 축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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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실무 수습 미지정 회계사 속출 사태 발생
회계사들 “내년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인원 최소 836명”
설문조사 결과 수험생 71%도 “선발인원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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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업계가 선발 인원 감축 압박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 최종 합격자 중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속출하면서다. 업계는 인력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해 합격자 최소선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계사 98% “선발인원 10% 이상 감소해야” 주장

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한국회계학회, 회계정책연구원과 지난 5일 서울 중구 바비엥교육센터 그랜드볼룸에서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인원에 관한 연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공인회계사 2,550명 및 수험생 2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공인회계사 중 향후 5년간 연간 선발인원을 올해 정원 1,250명보다 큰폭(10% 이상)으로 감소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98%에 달했다. 1,250명 수준을 유지하거나 그 이상 뽑아야 한다는 의견은 2%에 불과했다.

수험생의 50%도 선발인원을 현재 인원 대비 10% 이상 줄여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고, 10%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응답도 수험생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선발인원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낸 비율은 29%로 집계됐다.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을 줄여야 하는 이유로는 전체의 88%가 ‘체계적 교육과 훈련 기회 제공’을 선택했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적절한 실무 수습기관이 대형 회계법인 4곳뿐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회계법인 4곳의 채용 담당 파트너들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안정적인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육훈련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적절한 선발인원을 1,000~1,1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회장 선거 공통공약도 ‘선발인원 축소’

이처럼 최근 회계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이다. 올해 6월 치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47대 회장 선거에서 3명의 후보 모두가 선발인원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47대 회장으로 당선된 최운열 회계사(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당시 “적정 회계사 선발인원을 원점에서 검토할 시기가 됐다”며 “회계법인의 신규 회계사에 대한 수요, AI시대의 도래, 경력단절 여성회계사의 업무 복귀 등을 고려해 적정한 회계사 선발인원이 얼마가 돼야 하는지, 관계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법적 뒷받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후보(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도 회계사 선발인원 축소에 확실한 방점을 찍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여 년간 매년 1,000여 명을 선발해 수급 균형이 이뤄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매년 선발인원 발표 대신 3~5년 예시제를 제안해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며 “외부기관 분석에 기초한 인원을 제안하고, 논의와 설득을 통해 축소 조정하겠다”고 역설했다. 나철호 후보(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 역시 “합격자 수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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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지적에 선발인원 대폭 늘린 금융위

회계업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가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회계사 합격 인원 증가와 관련이 깊다. 실제로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일거리가 줄면서 회계법인의 인력 수요는 줄었지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은 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제대로 된 수습 교육이 가능한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빅4′ 회계법인의 채용 인원과 합격자 수 간 격차가 10년 만에 400명 이상으로 벌어졌다. 올해 합격자 1,250명 중 이들처럼 빅4는 물론 로컬 회계법인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인원은 2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회계사 선발 인원을 축소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금융당국이 채용 규모를 무작정 늘린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회계사 선발 인원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100명을 유지했는데, 감사원의 조사 결과 금융위는 ‘최소선발 예정인원’을 시장 수요보다 축소 산정한 다음, 이 인원을 사실상 선발 목표인원처럼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령상 절대평가로 규정된 공인회계사 시험을 실제로는 상대평가처럼 운영하며 선발 인원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것인데, 금융당국은 합격자가 4대 회계법인 외 법인에서 실무수습을 하면 회계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감사원은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수요가 증가하고 중소·중견 회계법인과 비회계법인이 채용난을 겪는 상황을 알면서도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4대 대형 회계법인 채용 계획 수준인 1,100명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꼬집었고, 금융당국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곧바로 선발 인원을 역대 최대로 늘렸다.

이와 관련해 한 4대 회계법인 관계자는 “당국도 일반 기업에 필요한 건 수습이 아닌 경력 회계사임을 알지만, 현업 분위기를 잘 모르는 감사원 눈치만 보고 있다”며 “더군다나 당국의 점수 조정으로 인해 역량이 부족한 회계사까지 업계로 유입돼 법인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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