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사용 명세 투명하게 공개, ‘정의연·새희망씨앗’ 사례 사전 차단한다

행안부, 기부금 단체 지출 내역 투명성 제고한다 ‘어금니 아빠’·’새희망씨앗’ 이후 필요성 제기됐지만, 결국 ‘어영부영’ 벌금 1,500에 그친 윤미향, 기부금 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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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앞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단체의 모집 금액과 세부 지출 내역을 ‘기부통합관리시스템(1365기부포털)에서 누구나 확인 가능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기부금품 관리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부 활성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마련

행정안전부는 기부금 관리 투명성 확보 및 기부 활성화를 위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은 6월 16일부터 7월 26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칠 예정이다.

현행 기부금품 시행령에 따르면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단체는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지자체에,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행안부에 모집 등록을 해야 한다. 또한 사용 후에는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를 등록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부통합관리시스템에 기부금품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의무를 부여받게 되는 식이다. 그러나 현행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는 모집액, 사용액을 단순하게 기재하도록 돼 있어 기부금이 어디에 어떤 사업으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행안부는 개정안을 통해 모집 단체들의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대해 모집 연월일, 지급처명, 사업내용 등을 기재하도록 관련 서식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유사서식 통합을 통한 서식수 축소(7개→4개), 서식 작성 자동화, 서식의 항목과 용어 조정 등도 함께 진행한다. 서식을 작성하는 기부금 모집 단체들의 행정적 부담을 줄여주겠단 취지다. ‘기부금품 모집 명세서’와 ‘지출 명세서’를 작성해 기부통합관리시스템에 업로드하면 ‘모집완료 보고서’와 ‘모집 및 사용명세 보고서’가 별도 작업 없이 자동으로 작성되도록 시스템 기능 개선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행안부는 입법 예고기간 동안 국민과 관계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훈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기부금품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며 “개정안으로 국민의 시각에서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보다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새희망씨앗’의 모습/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018년부터 필요성 제기됐지만

당초 기부금품 정보 공개 의무 강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의 필요성은 지난 2018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행안부는 기부 투명성 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의 알 권리와 기부금품 사용 명세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엉터리 시민단체 ‘새희망씨앗’ 사건이 이 같은 개정안 입법예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딸의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영학은 자신과 딸의 희소병을 빌미 삼아 후원금을 받아 챙겼고, 새희망씨앗은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받아 2억원 정도만 기부에 쓰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호화생활에 탕진했다.

지난 2022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비영리단체의 기부금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단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운영 중이던 비영리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NPAS)을 고도화해 보조금의 심사와 집행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모니터링 범위는 전체 기부금 중 ‘일부’에 불과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총기부금 중 90%는 기부금의 수입과 사업별 비목별 상세 지출내역 모니터링에서 제외된 것이다. 기부금품 공개가 어영부영 끝나버린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부금 수령 단체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시행 중인 세법의 ‘기부금 단체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기부금 단체는 ‘법정 기부금단체’와 ‘지정 기부금단체’로 나뉜다. 기부금단체는 기부자에게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할 수 있고 기부자는 기부금만큼 손비로 처리하거나 세액공제를 통해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기부금단체의 문호를 더 넓히고 혜택도 좀 더 늘려 세금을 지원받을 기부금단체를 담세자인 국민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사진=윤미향 의원실

‘솜방망이 처벌’ 받은 정의연, 韓 기부금단체의 현실

지난 2020년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전신)는 수천만원대의 기부금을 국세청 결산 공시에 누락하는 등 불성실한 공시를 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2021년 한 해 동안 10억원가량의 기부금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기부금단체가 처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1월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연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무법의 시대’를 살고 있는 기부금단체에 법적 철퇴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재판부 또한 “윤 의원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검찰의 구형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윤 의원의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인정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재판부는 “상당 부분은 사건의 시기 회수 금액 등을 고려할 때 (윤 의원의) 직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윤 의원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대협 활동가로 근무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유죄로 인정된 액수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에 적용된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업무상 횡령에 불과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 상임대표로 근무하면서 2011∼2020년 정대협 소유 자금 1억37만원 가량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가운데 1,700여만원만 윤 의원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최근 5년간 세법을 위반한 282개 공익법인을 적발해 총 1,569억원을 추징했다. 썩어버린 국내 기부금단체의 뿌리를 뽑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의연 사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비영리단체의 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공익사업이 이뤄진다는 건 ‘양적’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진정한 ‘질적’ 발전을 위해선 투명성이라는 측정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 비영리단체에 대한 투명성 검증은 확실하고도 분명해야 한다. 비영리단체의 기부금은 기존의 목적과 취지대로 사용돼야 함이 당연하기에 회계관리는 그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 마련을 계기로 기부금단체의 투명성이 보다 명확히 확보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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