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차세대융합기술원에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전문랩 만들어져… 제조 창업에 기여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공동 작업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 전국에 200여 곳 존재 ‘메이커 운동’의 일환, 제조업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중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의문, 정부는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

160X600_GIAI_AIDSNote
21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 개소식 현장 <출처=경기도 공식 홈페이지>

21일,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에 경기도 내의 예비창업자와 중소기업을 상대로 시제품 제작과 같은 기술지원과 창업지원을 제공하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전문랩이 만들어졌다. 같은 날 경기도 주최로 융기원에서 열린 개소식에서는 현판식과 더불어 현장투어, 제작지원 우수기업 제품 홍보 등이 진행됐다.

이번에 만들어진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의 규모는 총 2,533㎡이다. 내부에는 ▲크리에이터 메이킹 스페이스(시제품 제작 및 시양산 공간) ▲테크닉 컨버전스 스페이스(전문기술 개발공간) ▲커뮤니티 네트워킹 스페이스(네트워킹 및 협업공간) 등이 존재한다. 전문랩 인프라에 기반해 도내 전문랩, 일반랩과 협업해서 메이커 스페이스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메이커 문화가 확산될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다.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융기원은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융합기술 분야 최고의 역량을 갖춘 곳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연구개발 및 기업이 집적된 이곳 광교테크노밸리는 융합기술의 최적지”라 소개하며, “앞으로 융기원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혁신적인 새싹기업이 발굴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공동 작업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 전국에 200여 곳 운영 중

메이커 스페이스는 제작자(maker)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설계를 제작하고 구현할 때 필요로 하는 도구와 공구를 구비해 둔 공동 작업실이다. 공간을 이용하는 대상에 따라 일반랩, 전문랩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반랩은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창작활동 공간이고, 전문랩은 실제로 제조 창업을 목표로 가진 전문 제작자들이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양산할 수 있게 돕는 곳이다.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1월에 최초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만들어졌다. 2018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이 시작되면서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는 전국에 2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융기원은 지난 3월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에 선정되면서, 연간 국비 15억원과 도비 및 현물 10억원을 최대 5년 동안 지원받게 됐다. 융기원의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에는 기존에 지능형 융합기술 시제품 제작소가 보유하고 있었던 25종 29대의 시제품 제작 장비와 더불어 표면실장기술(SMT) 장비, 메타버스 장비 등 17종 21대의 장비가 추가로 도입됐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전경 <출처=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공식 홈페이지>

한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경기도와 서울대학교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R&D 융합기술 전문 연구기관이다. 스마트안전, 자율주행, 소재부품 장비 분야에서의 융합기술 연구 경험을 토대로 딥테크(Deep-tech) 기술력을 이용한 지능형 융합기술 시제품 제작소를 운영해 왔다. 이번에 문을 연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랩은 이 지능형 융합기술 시제품 제작소가 확대 개편된 곳이다.

‘메이커 운동’의 일환… 제조업 창업 활성화 위해 정부가 나섰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메이커들이 일상에서 창의적 만들기를 실천하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이 메이커 운동의 한 종류로, 메이커들을 위한 기술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생기면서, 메이커들은 전문 장비들을 무료 혹은 적은 비용으로 이용해서 쉽게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창업 교육을 받거나 아이디어에 대한 조언을 듣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메이커를 육성해서 제조업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하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창업진흥원 주도로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을 시행해 왔다. 본 사업의 목표는 2022년까지 전국에 350여 개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2021년까지 도합 209곳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립하고,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시·도 16곳 모두에 전문랩을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지는 불분명… 정부는 개선 위해 노력할 예정

그러나 지난 2020년 6월 중기부 소속 창업진흥원이 펴낸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 운영사업 성과 조사’를 통해, 2018년 1차로 선정된 메이커 스페이스 기관 65군데 가운데 창업에 성공한 기업을 배출한 곳은 21군데(32.3%)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중기부에서 발표한 ‘2020년 창업기업동향’을 통해서도 2019년에 비해 제조업 창업기업 수가 4.6% 줄어들어 4만9928개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중기부가 지원해서 만들어진 메이커 스페이스 대부분이 전문랩이 아니라 일반랩이라는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전문랩 수가 많아야 제조와 창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데, 일반랩에서는 단순한 교육 사업이나 공방 수준의 지원만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또한, 메이커 스페이스끼리의 교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울러 메이커 스페이스는 결국 시제품 제작을 위한 공간이기에, 제조 스타트업의 제조 역량을 높이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을 담당한 이용범 중기부 사무관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은 메이커 문화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힘썼고 성과도 거뒀다”라는 평가를 내리며, “앞으로는 실질적인 창업 성과를 위한 전문랩을 보강하고 메이커 스페이스 간의 약하다고 평가됐던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